설이 가까워 올 수록 대목이라서 그런지 과일 값이 많이 올랐다. 기후의 변화로 우리의 먹거리는 좀 더 많은
타격을 입는 것 같다.
겨울은 엄청 추워야 병충이 얼어 죽는다. 이번 겨울도 포근한 편에 속한다. 여름에 많은 병충해가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 날씨가 따뜻해 일찍 과수들의꽃봉오리를 만들면 꽃 샘추위로 얼려버리기도 하고 태풍 피해로 나무에 달린 과일을 가을이 오기도 전에 탈탈 털어 버리기도 한다.
단골 과일가게에 가려면 차로 20분은 가야 한다. 마침 집에 과일도 떨어지고 딸기와 귤을 사러 도착한 가게는 오늘따라 한산하다. 늘 가게 앞에 차들이 빼곡했고 차가 빠지면 다시 들어오고 채워지기 일 수였던 곳이다.
과일은 싱싱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끄는 이곳에 지나가는 손님 하나 없었다.
대목이라 바빠야 하는데 아저씨의 깊은 한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귤을 사려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5kg 한 박스 4만 원이란다. 두 눈이 번쩍 동공이 확장되는 느낌이었다.
씁쓸한 아저씨 미소의 의미를 알아 버렸다. 한 박스를 사간 지 이주만에 왔는데 1만 6천 원이던 귤은
4만 원이 되고 딸기도 만만치 않았다.
오이고추도 비싸니까 그렇겠지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지갑이 닫아지는 순간이다.
사려고 했던 과일 대신 사과를 한 봉지 샀다. B상품 정도 되지만 맛있으면 되니 문제가 되진 않았다.
아이들에게 딸기는 다음에 사주겠다고 했다.
명절 차례상도 이제는 차리지 않기로 했으니 걱정이 덜되기는 한다. 어머니께 과일 값이 많이 올랐으니 어떻게 할까요?라고 여쭤 봤다. 비싸니까 먹지 말지 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단 대목이 아니라서 그런지 과일 선물세트가 선물로 들어오곤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아무래도 이번엔 다른 선물들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 김이라든가, 와인이라든가, 하루견과류 같은..
나는 이번에 친척들 선물로 카카오차를 주문해 둔 상태다. 생두를 말려 로스팅해 잘게 부서 우려내는 차다. 우려내는 동안 은은한 초콜릿 향이 난다고 했다. 0칼로리에 물처럼 마시는 차.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다. 해마다 똑같은 것을 주는 것이 싫어서 많은 것을 검색해 본다.
그중에서 카카오차를 고른 이유는 나도 언젠가 만들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키우는 나무 중에 하나인 카카오나무를 볼 때마다 초콜릿도 만들고 커피처럼 볶아서 차도 만들어 봐야지 하는 꿈도 있기 때문이다.
24그루의 나무 중에 이사 오면서 한 그루만 겨우 살려 냈다. 그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중이다.
꽃도 피고 열매도 맺었던 나무라서 많이 아깝기도 하고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그루라도 살아 있으니 늘릴 수 있다. 죽어가던 나무에 새순을 발견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많은 가지들이 나왔고 취목을 걸어 둔 상태다. 뿌리가 내렸는지 확인을 하고 싶지만 더 신중을 기하고 싶다.
매일 드려다 보면서 생존을 확인한다.
카카오 꽃
다시 저 모습으로 만들고 싶다. 수많은 꽃이 피던 카카오나무로..
곧 그런 날이 올 것 같다. 잎이 무성해지고 있고 나무도 차차 늘어날 테니까.
대목 앞이라 오이고추 시세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물량이 없다. 주머니는 가볍고 사야 할 것은 많다.
2월에 들어섰는데 3월을 준비해야 하는 중이다. 교복비와 신발, 가방 신학기 준비를 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