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천사
불교에서는 재물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가 있다. 따뜻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 부드러운 얼굴로 사람을 대하는 것, 남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 힘든 일을 내 몸으로 때우는 것, 마음의 온정을 주는 것, 먼저 잡은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 남의 마음을 헤아려 그가 원하는 바를 도와주는 것이다. 읽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우리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오빠네로 들어가신 후 미처 옮기지 못한 장식장이 하나 있었다. 엄마 방이 제대로 꾸며지려면 그 장까지 옮겨야 했기에 작은 언니와 수레를 빌려 옮기기로 했다. 그런데 장이 너무도 무거웠다. 여인 둘이 움직이기에는 힘과 기술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게 무거울 줄 알았으면 엄두를 내지도 못했을 텐데... 몰라서 용감해진다는 말이 맞다.
다행히 엄마 집에서 아래까지는 관리아저씨가 도와주셨고 리어카를 이용해 오빠네 집까지는 무난하게 끌고 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리어카에서 내려 엘리베이터까지 가져가야 하는데 이용도구가 없었다. 난감에 하던 차에 작은 언니 눈에 시설관리 아저씨의 작은 수레가 포착되었다. 간절하면 보인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아저씨, 수레 좀 잠깐 빌려줄 수 있으세요?”
“작은 장을 옮겨야 하는데 저희 둘 힘으로는 힘들어서요.”
아저씨에게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흔쾌히 빌려주셨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으로 수레를 끌고 와서 장을 리어카에서 내리려 하는데 아뿔싸, 꿈쩍도 안 하는 것이었다. 어깨가 성하지 않은 작은 언니라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해서 나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때 택배 아저씨가 지나가시면서 말했다.
“이 장을 수레에 실으려고 하시는 건가요?”
“네, 저희 둘이 옮기려니 어떻게 할지 모겠어요!”
택배 아저씨는 우리 자매가 안쓰러웠는지 리어카에서 장을 내려주시고 감사하게 집까지 옮겨다 주셨다. 당시엔 경황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아저씨를 그냥 보내드린 것이 정말 후회가 된다. 시원한 음료수라도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오늘 만난 세 분의 아저씨는 따뜻한 눈빛과 얼굴로 우리의 말을 들어주셨고(眼施, 和顔施), 마음의 온정을 베풀어(心施) 힘든 일을 몸소 대신해 주었으며(身施), 남의 마음을 헤아려 그가 원하는 바를 도와주셨다(察施). 무재칠시(無財七施) 중에 무려 다섯 가지를 실천하신 것이다.
날개 없는 세 분의 천사가 안 계셨다면 참으로 난감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 대가 없이 우리 자매를 도와주신 그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복을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문과 뉴스를 보면 외면하고 싶지만 아직도 세상을 살만한 것인가 보다. 우리 주위에 이렇게 살맛 나게 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 일원이 되도록 무재칠시를 실천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