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한경제 ep13. 유통시장에 번지고 있는 리퀴드 소비
요즈음 유통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리퀴드 소비 형태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점 입니다. 리퀴드 소비라는 말이 조금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유통이나 마케팅하시는 분들은 얼마 전부터 부쩍 자주 듣는 단어가 바로 리퀴드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리퀴드 소비라는 개념이 낯선 분들을 위해 간략히 개념부터 집고 넘어가자면 리퀴드 소비에서 리퀴드란 말 그대로 액체라는 뜻하고 있는데 2017년 영국의 경제학자 플로라바디, 지아나 에커트가 자신들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퍼지게 된 용어가 되었습니다. 유통과 소비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포함해서 경제, 경영관련 용어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리퀴드 소비(Liquied Consumption)는 액체의 중요한 특징인 모양이 변한다는 것에 착안에 비유적인 용어를 만들어낸 것인데요. 액체는 담는 그릇에 따라서 변하는 것처럼 소비자들도 변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상반된 개념으로는 솔리드 소비(Solid Comsumption)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리퀴드 소비란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꾸(자주) 바뀌고 있는 현상을 말합니다.
물론 리퀴드 소비 현상이 나타난 것은 최근의 일은 아닙니다. 이미 2000년대 후반 아이폰의 등장을 시작으로 2010년대 본격적인 내 손안에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유통 분야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마음도 크게 전환되었습니다. 공유경제 활성화와 이를 쉽고 편리하게 해주는 각종 플랫폼 다양화에 소비자들의 습관도 소유에서 공유로, 공유에서 무소유로 이동하는 모습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세대는 돈을 모아서 고급차 벤츠나 BMW를 내 이름으로 사는 것을 중요시했다면, 요즈음 MZ 세대는 3개월 렌트 혹은 1개월 빌려서 그것도 아니면 시간 단위로 고급차를 공유해서 타보는 경험을 중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소비하는 세대들이 늘어나면서 리퀴드 소비 현상이 점점 주목받게 되었고, 특히 유통 산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리퀴드 소비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변을 생활 속 사소하지만 궁금하기도 하고 어딘가 뮬어보기도 예매한 점을 함께 알아보는 생경한 경제를 통해 분석해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리퀴드 소비를 추구하는 MZ 세대를 유목민 소비 세대의 등장으로도 보기도 합니다. 유목민처럼 특정 브랜드나 특정 제품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패션 산업에서는 2000년대 초중반만 까지만해도 특정 패션 스타일의 유행 주기는 길게는 5~6개월에서 계절마다 3개월 정도가 평균이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길거리 패션과 패스트패션과 같은 스피드가 중요해짐에 따라 3주~4주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고들 얘기합니다.
또한 예전에는 특정 브랜드가 마음에 들면 해당 매장에서 한 브랜드의 옷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는데 요즈음 MZ 세대는 W컨셉, 무신사, 에이블리, 29CM 등 매우 다양한 패션 관련 어플들을 모두 다운로드 받아놓고, 이벤트나 혜택이 큰 어플이나 맘에 드는 상품이 등장하는 곳에 그때마다 접속해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까 리퀴드의 시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세대별로 약간 차이가 있는 것이 4~50대의 경우 백화점의 VVIP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처럼 선호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멤버쉽을 얻고자 했다면 1~20대는 자기가 선호하는 트렌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유목민처럼 찾아서 떠난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리퀴드 소비 현상의 특징으로 아까 위에서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소비자들이 머물러 있지 않고 언제든지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점과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로열티)가 예전처럼 높지 않다는 점, 그리고 전체적인 제품 유행 주기가 짧아졌고, 거기다가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통시장에서 먹고사는 사람들 혹은 유통 기업들 입장에서 리퀴드 소비 현상의 빠른 증가세는 어렵고 까다로운 경영 환경이 닥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마음이 갈대도 아니고 빠르게 변하는데 그에 맞게 빠른 대응을 마련하는 것 역시 기업 입장에서도 그리 쉽지 않을 테니까요.
MZ 세대의 소비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에서는 이런 리퀴드 소비문화 현상이 참을성이 없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MZ 세대들의 생활 습관 탓이라고 바라보기도 합니다. 리퀴드 소비가 유통업과 같은 특정 산업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MZ 세대들은 방송국의 실시간 방송을 더 이상 보지 않고, 넷플릭스와 같은 OTT 혹은 유튜브로 영상을 선호합니다. 심지어 유튜브도 길다고 여겨 숏폼 영상을 선호하는 모습이 심화되고 있고, 영화관에서 2시간짜리 영화 감상도 버겁고 지루하다고 생각해 10분 만에 한편 영화 요약해서 보기라든지, 예능 프로그램도 풀 영상 대신에 유튜브 등을 통해 5분 순삭이나 짤로 돌아다니는 숏폼 영상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MZ 세대 소비자들의 마음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리퀴드 현상으로 제품 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다 보니, 제조기업이라면 자사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해서 공장의 생산설비를 확대 투자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하루아침에 유행이 끝날지도 모르는데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계속 집행해야 할지 결정하거나 광고 모델을 어느 주기로 바꾸어야 하는지 등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경한 경제) 유통시장에 번지고 있는 리퀴드 소비에 완벽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리퀴드 소비문화가 자리 잡아 쉽게 브랜드를 갈아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MZ 세대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브랜드 충성도를 올리기 위해 몰입도를 강화 시켜주거나 소통을 늘려 접점을 만들어서 유도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리퀴드 소비를 이용해 빠르게 판매하고 빠지는 치고 빠지기식으로 유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자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리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생경한 경제 리퀴드 소비 현상의 증가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