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수업 첫날이었다.
전공과목을 들을 때와는 또 다른 두근거림으로 페이지를 열었다.
다운 받은 자료를 프린트하는 잠깐을 못 참고 수업 화면을 켰다.
"오? 이거 봐라. 이해가 좀 되는데~"
5분 정도 수업을 본 후 한 말이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화학 천재가 되는 상상을 했다. 후훗!
'취미는 과학'에 과학자로 나가는 모습은 상상이었어도 조금 지나쳤다고 인정하겠다. ^^
이 수업도 다른 수업들과 마찬가지로 15강까지 있다.
처음 편입했을 때 보았던 15는 무겁고 갈길이 멀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뭔가 익숙해진 듯하다.
1강을 마치고 탄력을 받아 하나를 더 들으려 2강을 클릭했다.
"어? 왜 안되지?"
요즘 점점 느려지는 노트북이 멈췄나 보다 했다. 재부팅과 재접속을 반복해도 2강을 들을 수 없었다.
이리저리 고심하다 이건 강의 페이지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2강 수업 클릭이 안된다고 하니 안 되는 게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리둥절.
"왜요?"
"수업 공개일이 아직 안되었습니다."
내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 공개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이거인가? 아주 얇은 글씨라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학습기간을 자세히 보았다.
전화로 안내받은 그대로였다.
전공수업은 수업시작일에 15강 전체를 짜잔~하며 전부 오픈했는데 이 수업은 시간 간격을 두고 오픈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나에게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크~은 변화는.. 수업 듣는 걸 까먹는다는 것이다. ㅠ.ㅠ
퐁당퐁당 징검다리 연휴가 있었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정신을 바짝 조였던 나사가 많이 풀렸다.
의도하지 않게 화학수업을 내 머릿속에서 지워........ 버.. 렸..... 네
안녕하세요. 프라임 칼리지 일반화학 튜터입니다.로 시작하는 문자를 받았다.
연휴가 끝난 다음날이었다.
걱정, 독촉과 격려가 적당히 어우러진 문자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시에 두가지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밀리지 말아야겠다는 결심과
이렇게 단체 문자를 보내는 걸 보니 나만 게으름 피우는 건 아닌가 보다~하는 엄청난 합리화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미루는 사람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더더 많을 텐데 말이다. 깊이 반성. )
각성하고 꼬박꼬박 수업을 듣고 있다.
듣는 건 쉽지만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아~~ 진짜 쉽지 않다.
화학-이거 알아서 뭐에 쓸라꼬? 묻는다면
뭘 그거까지 생각해~ 재미있으니 됐지.
잘하든 못하든 웃으며 걍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