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화학은 재미는 있지만 들을수록 이해가 안 되고
수업 내내 고개를 끄덕이지만 문제 풀 때는 뇌정지가 오고
들을수록 현타 오는 아이러니한 과목이다.
화학과 친해지려는 여정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갑자기 시작됐다.
때는 3월이었다.
사회생활하면서 방송대 학생으로 지내는 건 어렵다고 말은 많이 들었지만 내가 직접 해보니 진짜 보통일이 아니었다.
당최 학교 생활(=학생)과 내 생활(=사회인)의 경계가 모호하여 정신이 몽롱했다.
특히 3월에는 더더욱 그랬다. (지금 5월에도 크으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지만.)
학생으로서의 공부 방법을 터득하기는커녕 지금 내가 왜 수업을 듣고 있는지 매일 나에게 따져 물었다.
이유고 설득이고 다 버리고 결론은 "그냥 하는 거야. 재밌잖아."였다.
시작을 했으니 무작정 직진! 직진!이었다.
잠을 줄여가며 수업을 듣는 단순무식 몸빵을 시연 중이었다.
'프라임칼리지? 이건 또 뭐꼬?'
게시판에 하루에도 몇 개씩 공지와 안내글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이 글 또한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예의상 클릭은 했지만 머릿속이 아닌 눈으로 쓰~윽 보는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 어제 얼핏 본 것들 중에 딱 하나가 기억에 남았고 그게 궁금했다.
"그게 본 그게 뭐였지? 그 그그그. 화학 수업이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가며 클릭을 했지만 찾기가 힘들었다.
내가 찾고자 하는 거의 정확한 명칭을 몰랐고 어느 게시판에서 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디서 봤는데- 이쯤에 있었는데-' 혼잣말로 계속 중얼거렸다.
프라임칼리지 학점과정 안내
이런 이름이었던 거 같았다.,,, 내용을 보니 이거다!
구면이지만 초면인 듯 낯선 이름.
포스터를 자세히 보니 내가 신청할 수 있는 수업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연신 고개만 갸우뚱하다 결국 내 스타일대로 해결책을 꺼내 들었다.
전화를 했다. 고객센터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꺼린다는 전화문의지만 나는 이게 제일 좋다.
바로바로 물어보고 시원시원 대답도 해주니까.
(요즘 AI로 문의하는 거 싫어 싫어. 고개 절레절레.)
프라임 칼리지-학사 학위과정이 있고, 내가 하려는 건 프라임칼리지 평생교육원이다.
아후. 어려운 이름이 비슷하게 들어가니 헷갈린다 헷갈려.
이때까지도 수업을 듣는다에 55% VS 안 듣는다 35% 정도였다.
나머지 10%는 나는 모른다. 알아서 하라는 마음이었다.
수업 신청은 각자 해당 사이트를 가입하고 신청하는거였는데 헷갈려서 쫌 헤맸다.
힝~ 쉬운 게 하나도 없다.
헤매는 동안의 마음의 소리는 이러했다.
"하지 마. 하지 마. 굳이 왜 하려는 거야. 이렇게 복잡할 때는 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야."
"이 수업 잘 들을 수 있겠어? 정규수업도 쫓아가기 빠듯하잖아. 그냥 편히 좀 살자."
슬슬 마음이 동요되면서 이 수업이 방학 때 있었으면 좋았을껄하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화학수업은 1년에 딱 한번뿐인 수업이었고 수업시기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또 내 스타일로 처리했다.
안된다는 소리에 귀를 막고 그냥 확! 저질렀다.
야무지게 결제까지 마치며 빼도 박도 못하게 했다.
접수할 때만 해도 수업시작이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시작되었다.
어? 이건 일반 전공수업과는 다르다!
다음 주에도 프라임칼리지 - 일반화학 수업 이야기는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