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 궁금한 중간과제 성적

by 김소희

20대, 1학년 중간고사 때다.

첫 시험이니 잔뜩 긴장하고 나름 준비도 많이 했다. 게다가 자신감도 있었다.

(그때는 쫌만 열심히 해도 뭐든 될 것 같아 어깨 뽕이 상승할 때다.)

성적이 발표되었고 유독 눈에 띄는 한 과목이 있었다. 유난히 수질과목 점수만 별로였다.

"이게 뭐야?"

어디서 나온 용기였는지 모르겠지만 혼자서 교수님 방을 찾아갔다.

똑똑똑.. 문을 노크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교수님은 안 계셨다. 그 후 며칠 동안 쭉~ 자리를 비우셨다.


나는 이 점수가 어떻게 나왔는지 진짜 궁금했다.

내가 문제를 잘못이해했는지 불필요한걸 많이 썼는지 아니면 다른 실수가 있었는지 진짜로! 궁금했다.

알아야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끝내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 교수님을 못 만났으니까.

제 풀에 껶여 물어보기를 포기했다.

그 점수는 졸업까지 받은 전공과목 점수 중 가장 낮았다.


그 이후 트라우마처럼 초반에 열심히 하는 내가 조금 걱정된다.

노력이라는 게 항상 결과와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아니까


지금 방송대 1학기 중간고사를 지나가고 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열정은 변함없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

한때는 나만 노력한다고 착각을 한 적이 있다. 살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 노력이 부끄러울 만큼 애를 쓰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좋은 결과는 노력에 +알파가 겹쳐져야 하는 것 같다.

물론 +알파의 영역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 들.................. 여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사람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중간 과제 점수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수강 중인 모든 과목이 발표된 건 아니다. 아마도 교수님이 채점하는 순서대로 점수가 올라오는 것 같다.

중간과제&출석은 30점 만점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 중에 만점을 받은 것도 있고 만점이 아닌 것도 있다.

만점을 받은 건 노력에 교수님들이 잘 읽어주신 덕분일 것이다.

만점이 아닌 것들도 나보다 더 노력한 사람이 있으니 그랬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주 이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점수를 확인하고

나는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왜지?', '뭐가 부족했지?' 하며 만점이 아닌 제출한 과제를 들쳐본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 하하하하

변한 게 있다면 교수님 방을 찾아가지도 교수님께 문의 메일을 보내지도 않았다는 것!

교수님들이 내 과제를 읽고 채점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점수를 받은 이유가 궁금하지 않았다.

제일 고마운 한 사람만 생각했다.

칭찬 받아야 마땅한 한 사람 - 중간고사의 산을 잘 넘어준 나다. (^^v)

내가 나를 아껴줘야 신이 나고 노력도 하더라.

난 나를 잊지 않는다.

쪼잔하고 뒤끝 있게 과제 들춰보면 어떤가. 그게 나 인것을.

아쉬워서 그러는 거라 생각하고 꼭 안아주며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느므느므 잘했쪄!"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2화빌런은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