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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첫 출석수업

by 김소희

월요일, 7시간 조금 넘어 나는 플랫폼에 서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얼마 만에 타는 출근 시간 전철인가!'

무표정한 사람들 사이로 호기심 가득한 눈빛은 나뿐인듯했다.

게다가 나는 출근하는 사람의 복장은 아니었다.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백팩을 메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6권의 책과 공책, 연필, 물통이 들어있었다.

한번의 환승을 하고 한참을 달려 목동역에 도착했다.

안내 방송을 듣고 '으쌰'하며 발 사이에 놓여있던 가방을 들었다.


방송통신대 남부센터를 향해 걸었다. 네이버 지도를 보며 씩씩하게 걸었다.

내 앞에서 걷던 몇몇의 사람들도 방송대 건물로 들어가서 나도 자연스레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안내문을 읽었다.

"302호"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교실에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도 있었다.

커다란 교실을 쭉- 둘러보고 어디에 앉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가운데? 앞쪽? 문쪽? 벽 쪽?

이게 이렇게까지 시간을 잡아 먹을 일인가 고민하는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났다. 그래도 인생 최대 고민처럼 신중하게 고르고 골랐다.

둘째 줄 벽자리에 앉아보니 칠판이 잘 보이지 않아 뒷자리로 옮겼다. 이쯤이면 되겠다 싶어 가방을 내려놓았다. 심호흡을 깊게 했다.


'첫 출석수업.'


긴장을 내려 놓을 새도 없이 3시간의 첫 수업이 끝났다.

이 수업 하나만 듣는 사람들은 가방을 메고 썰물처럼 교실을 빠져나갔다.


다음 수업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이게 점심시간이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사이 배고픔은 못 참는 꼽시계가 울려댔다.


'다들 점심을 어떻게 해결하나?' 궁금하지만 물어볼 사람은 없다.

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수업 듣는 동안 누군가 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점심도 같이 먹으며 어떤 과목 듣는지,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봐야겠다는 준비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하다.

서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하하하하하하

하기사 나 조차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지갑을 챙겨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으로 갈까 어쩔까 고민하며 길을 걸었다.

저 앞에 두 명이 걷고 있었다. 물론 그 두 분도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닌 듯 따로 걷고 있었다.

둘 다 한 방향으로 가는 듯하여 슬쩍 뒤를 따랐다.

두 명 다같은 가게 앞에 멈춰섰다.

'우와!' 김밥&분식집이다.

한분은 안을 쓱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가던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이미 만석이었고 키오스크 앞에 줄도 있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더 헤매고 다닐 시간이 없었다. 김밥 한 줄을 포장해 나왔다.

'교실로 갈까 복도에 있는 테이블로 갈까.' 하다가 멀리 보이는 역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돌로 만든 의자에 앉아 김밥을 열었다. 딱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여긴 맛집이다." 예상대로 김밥이 맛있었다.

그날은 다 좋았다. 김밥도, 햇빛도, 수업도 그냥 다 좋았다.


그러나!

이날 나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든 하나가 있었다.

그 딱 하나.

반만 먹은 김밥을 들고 교실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렸다.

나의 정신을 번쩍 깨워 줄 초코우유 집어 들었다. 편의점 자체제작 우유였다.

수업 직전, 빨대를 꽂아 한입 쭉 끌어 올렸다.

와.... 어떻게 이런맛이! - 너무 맛이 없어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이건 진짜 아니다~내 평생 초코 우유가 맛없긴 처음이네.'

웬만하면 아까워서라도 다 먹었을 텐데 수업을 마치는 7시까지도 다 먹지 못했다.

아니 안 먹고 싶었다. 으으-


9시간의 긴긴 수업릴레이였다.

졸리고 힘들지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확실한 한가지는 하루의 시간이 진짜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확실한건 오늘 받은 폭..탄.. 아니아니 과제를 내일부터 해야한다는 것이다.

끝이 없네.. 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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