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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22. 2023

보통의 예술가 4

나무인간 50

본 텍스트는 2018. 10, 27 - 12, 13 사이 진행된 손지훈 개인전 `보통의 미술가`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프로그램 2018, 쇼앤텔(대안공간, 양평동 소재)에 전시된 비평문입니다.



 정연한 회고전(성장통 이어가기)


 저는 그 체계 위에 수집한 기록물들을 가지런히 진열합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예술학생으로 지내던 시기, 제 미술의 이기와 이타성에 대해 고민하다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무엇이던 한 가지는 모으더군요. 그게 돈이든 기억이던- 오늘날 수집이라는 재연(re-enactment) 행위는 사회적으로 재생산과 해체, 전이와 전염 또는 오염이라는 일련 과정을 통해 미적 재현(representation)이 가능토록 합니다. 해석에 따르면 그것을 미술로 소모하는 저란 존재도 쌓이거나 모아진 밈(Meme)의 개체임에- 겉보기 평범한 어느 소년의 일상처럼 인터넷 문화를 유영하는 생명력을 지닙니다. 그 ‘흔한 존재로의 취미’들에게 가상현실중독이란 정신적 시공간 치료가 필수이며, 더불어 그곳에 남을 수 있는 ‘밈’의 흔적만이 진정한 가치를 지닌 보편의 기록이라는 점 역시 고루한 외부에 알리는 바입니다.

 열병식으로도 비칠 법한 이번 행사가 제게는 매우 의미 있는 재출발이자 변곡점입니다. 하니 이 전시의 정체성이란 초대된 여러분에게 ‘좋아하고 아끼는 것을 모으는 힘’을 미술의 목적으로 두고 있는 스스로를 보통의 예술가로 부르기 위함입니다. 저는 이를 ‘살아 있는 이방인의  회고’라 해 두겠습니다. 해서 ‘내부의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낯선 곳으로부터 존중을 원하지는 않을 요량입니다. ‘동시대’ 미의 경험은 근본적으로 나르시시즘(Narcissism)적이며 ‘미적 경험은 분명히 ‘공적 측면성이 아니라 나르시시즘적인 중심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철학가 한병철의 지적처럼- 이런 애착이 저로서의 미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게다가 지금껏 해내고 있으니 이야말로 생과 예술이 상통하는 고양된 삶이 아닐까요. 여러분 저는 그렇게 ‘밈’의 평범함으로 살아있겠습니다. 그 일반적이고 미미한 서사들에게 게임, 판타지 소설, 망가와 장난감 수집은 ‘끝나지 않을 성장통의 기록’ 일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의 구원’(Die Errettung des Schönen, 한병철)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해, 앞으로 쭉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그 역사를 드러내지 않을 명분도 없습니다.

 끝으로 이 공간에 초대된 여러분이 저와 함께 미술놀이를 즐기길 희망합니다. 제 성장통의 과정을 확인하고 취미와 놀이의 구원을 통해 ‘이어가기’ 중인 ‘밈’에게 영감을 주십시오. 여러분과 저는 예술과 삶을 구분하지 않아도 이미 모두 하고 있거나, 할 수 있습니다.  




1. 변신(Die Verwandlung, 1916)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중 하나이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가족의 비인간적 공포에 시달리다 결국 억압된 소망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최후를 맞이한다. 

2. '거기(Da) 있음(sein)'이라는 일차적인 의미이나 본질은 실존의 가능성이다. 이를 실존성 즉‘세계-내-세계(Das in-der-Welt-sein des Dasein)'에 더불어(공동의) 처해 있음(상태성)의 ’ 이해‘라는 실존 범위를 가진다.

3. 밈(Meme)의 개념은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1976)에서 처음 등장한다, 한 사람 혹 집단의 자기 복제의 방식으로 지성(사상, 믿음)이 전달될 때 유전적 모방이 가능한 사회적 단위를 총칭한다.       

4. 나르시시즘(Narcissism) 신화에서 그 어원을 따왔으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용어로 유명하다. 오직 자기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5. 아름다움의 구원(Die Errettung des Schönen, 2016) 저자에 따르면 타자를 회피하지 않고 곁에 머무르려는 태도가 타자에 대한 존중 즉 아름다운 공존과 대상에 대한 윤리적 공정성을 구현한다고 했는데, 이를 이루는 요소가 자유와 예술의 자기 목적성이라는 헤켈의 주장으로부터 근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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