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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영 Good Spirit Nov 16. 2024

비에 대한 고백

시작 詩作

나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바람에 몰려온

빗방울들이 휘감아 씻어주는

나뭇잎을 좋아한다


그리고 소나기가 후두득

황톳길을 두드릴 때

갓 깨어나는

여린 흙냄새를 좋아한다


또한 여름의 한복판을 뚫고

쏟아지는 장대비에

흠뻑 젖었던

나를 좋아한다


나는 비가 만들어낸 풍경과

냄새, 촉감이 좋았다


단조로움에서 조금은 비껴간

비의 과격한 몸짓


다만 아무것도 파괴해선

안 된다는 조건


비는 오히려 풀 죽은 나뭇잎들의

생기를 되살리고


부스러진 황톳길에

숨을 불어넣어 소생시키고


눈물샘마저 말라버린 나에게

눈물을 채워주며

다시 살아가라고

같이 울어 주었다


나는 다시 살아가라고 명령하는

비를 좋아한다


그렇게 온몸으로 살려내는

비를 사랑한다

사진 <제주.오름을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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