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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전ING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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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래냉이씀바귀 Mar 12. 2022

홍시가 열리면 울엄마가 생각난다

한 순간이 스친다.

어린 시절, 나는 시골에서 자랐고 과수원을 했기에 모든 과일은 가리지 않고 푸짐하게 먹었고, 지금도 과일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 그러나 마당 한쪽 변소 앞에 있는 감나무에서 자라는 감은 별로였다. 장소도 장소지만 홍시는 식감이 영 물컹한 것이 별로였다. 자고로 아삭아삭 씹히는 맛에 달콤함, 새콤함이 있는 그런 과일이 최고로 좋았다.

작년 엄마 병간호를 하면서 며칠씩 엄마 옆에 머물렀다. 그때 아침마다 큰오빠가 잘 익은 홍시를 따와서 문안에 들여다 주곤 했다. 엄마는 변비 때문에 싫다고 했지만, 나는 방금 따온 그 감이, 그 홍시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아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엄마, 하얀색 도려내고 먹으면 변비 안 걸리는데….”

라고 하면서 홍시를 반쪽으로 나눠 엄마에게 건넸다. 홍시가 싫다던 엄마도 다행히 엄청 맛있게 드셨다. 그렇게 감나무에서 금방 딴 귀한 홍시를 몇 번 먹었는데, 겨울이 오기 전에 엄마는 돌아가셨다.

우리 형제들은 누워있는 엄마와 같이 리무진에 타고 있었다. 차는 화장터로 향하고 있었다. 날씨도 칙칙하고 흐린 날, 아무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잘못한 점들을 되새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엄마 얘기가 하고 싶어 홍시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홍시만 보면 나훈아가 아니라 엄마 각이 날것 같애”

비로소 나훈아의 홍시라는 노래가 이해되었다. 동생도 오빠도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와 같이 있었던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창 너머 하늘은 참 꿀꿀했다. 문득 엄마랑 차를 타고 어디를 멀리 간 기억이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 관광버스를 타고 춤을 곧 잘 추던 엄마였다. 그러나 엄마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집을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때 우리는 엄마랑 하는 마지막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벌써 떠나보냈고 이제 엄마마저 없다. 그리고 홍시에 대한 나의 기억도 달라져 있다. 죽음도  이상 놀랍지도 않은 나이가 되었다. 죽음은 삶의 일부분이고 그저 일상이더라는. 이런 변화를 갖게 하는 시간은 도대체 뭘까. 시간은 사라질 것은 사라지게, 변할 것은 변하게, 머물 것은 머물게 그리고 익어가는 것은  익게 한다.

 그저 가끔   생각하고   웃음 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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