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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전ING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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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래냉이씀바귀 Mar 10. 2022

모호함

카프카의 소설


카프카의 소설. 나에게 <변신>은 쇼킹했다. 무엇이 그리 쇼킹한 지 마음을 뒤져본다. 생각을 더듬어보면 벌레로 변신을 한다는 그 자체에 놀랐던가? 한 번도 벌레 같은 것으로의 변신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동물 되기'란 상상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바로 소설의 첫 장면부터 변신.

<성城>을 처음 접했을 때 성이 있는 언덕이 안개와 어둠에 잠긴 듯 나도 그랬다. 이건 뭔 이야기? 누군가 말했다. 결국은 성을 찾지 못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급관심이 생겼다. 보통은 성을 찾게 되는 거 아닌가? 

소설 속의 수많은 주변인.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연결이 되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그들의 행동과 대사들, 많은 묘사들. 뭘 의미하는 걸까. 의미를 찾는다. 확실하고 싶다. 나름 그 속에서 웃음을 찾고 약간의 의미를 찾아 조금은 안개를 걷어낸 듯했다. 성의 결말이 미완성이듯 난 그 책의 마지막을 남겨두고 여행을 떠났다.

<소송>을 읽었을 때, 성당에서 신부님의 대사. 문지기의 대사. <성>을 읽었을 때보다는 좀 더 깊은 느낌이 들었다. 깊은 만큼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을 했지만 이번엔 괴롭기만 하지는 않았다. 카프카가 원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결말은, 이번엔 충격적 죽음이었다. 누구는 끌려간 죽음이라고 했고, 난 그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위해 동분서주하더니 갑자기 죽음으로 끝난다. 이건 뭐지? 소설 <광장>에서 북한도 남한도 아닌 제3세계를 택한 주인공이 망망대해의 배 위에서 사라지듯이 말이다.

그레고르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변신이 되었고 K는 느닷없이 성에 도착하고 요제프 k는 이유도 모른 채 소송에 걸린다. 카프카는 누가 K를 성에 보낸 것인지 무슨 이유로 소송이 걸렸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그리고 K는 스스로 성에 도착하지 않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고. 그리고 요제프 k는 화가 티토렐리의 세 가지 제안 중의 한 가지 선택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결말로 달린다.

사람들은 일상에서와 같이 글 속에서도 늘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주 명확하게. 우리는 명확하게 알고 싶지만 사실 일상의 대부분은 모호하지 않은가? 명확하고 싶은 우리는 카프카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이것을 보느라 저것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또는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모호함이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카프카의 글을 읽을 때 거리를 두자. 가장 중성적인 그 거리. 짝사랑하는 것처럼. 카프카가 말하고자 하는 그 근처를 서성거려 보자. 그리고 느껴보자. 온몸으로. 그 느낌을 굳이 말할 수 없어도 글로 쓸 수 없어도 두려워하지 말자. 말하는 것도 글로 쓰는 것도 염려하지 말고 그냥 느껴만 보자.

누군가의 차를 탄다. 그는 어색함에 계속 그와 나 사이의 공간을 쓸데없는 무의미한 말들로 채운다. 우습다. 그만해도 되는데. 그만하라 할까. 머쓱해지겠지. 그냥 두자. 혼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 어색함, 적막감을 느끼는 것도 참 좋은데, 그게 얼마나 좋은데.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러나 내 생각을 또 굳이 강요할 수는 없다. 할 필요도 없다. 언젠가 그와 나 사이에 충만한 아니 텅 빈 공간감을 허용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나와 그 사이의 모호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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