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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전ING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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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래냉이씀바귀 Mar 18. 2022

중용(中庸)에 대하여

적당히


                                   

1. 윤집궐중(允執厥中)

고전.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나는 30대에  막연하게 ‘새옹지마(塞翁之馬)’와 ‘중용(中庸)’이라는 단어를 늘 생각했다. 어슴푸레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이 두 가지를 길잡이로 삼아야겠다고. 그러나 '중용이란 말은 누가 했을까', '진짜 중용이란 무슨 말일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 한쪽에서 만화로 풀어놓은 중용을 만났다. 아이들 만화였지만  내게 딱 맞는 책이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우연히 고전 공부를 하게 되었다.

중(中)이라는 개념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동아시아의 전통사상이다. 서경을 보면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선양하며 ‘진실로 그 中을 잡으라.(允執厥中)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중용이라는 글자는《논어》 <옹야> 편에  ‘중용의 덕이 지극하구나. 이 덕을 소유한 이가 적은 지 오래이다.’에서 처음으로 쓰였다. 결국 공자는 중용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존재하던 중(中) 개념에 용(庸)을 더했다. 그럼 여기서 궁금한 것은 공자는 왜 굳이 중에 용을 더하였을까?


2. 용(庸)

중용에서 '용(庸)'의 의미에 대해서는 '평상(平常)'으로 보는 견해와 '항상(恒常)'이라는 주장이 눈에 띈다. 주자의 용(庸)은 평상을 뜻하고 정약용은 항상, 일관된 지속성으로 본다. ‘중용은 지극할 것이다. 능한 이가 적은 지가 오래되었다.’라는 구절을  정약용은 ‘중용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자가 드물구나.’라고 해석하여 지속성을 강조한다. 일상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것이니 ‘항상’이라는 것과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용(庸)의 해석에 대한 이런 차이는 자신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를 보면 공자 문하에 전해지던 스승의 말씀 중에 큰 뜻은 알 수 있지만 은미한 말은 분석되지 못하자, 당시 스승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노(老)· 불(佛)에 빠지는 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특이하고 기이한 것에 휩쓸려 다니며 본래 부여받은 성(性)을 인식하지 못함을 걱정하는 주자는 中을 우리의 일상으로 갖고 오기 위해 평상의 이치라고 했다. 정약용의 지속을 강조하는 용의 해석은 주자가 주장한 일상의 이치를 지나 새로운 방향으로의 발전으로 보인다. 자사가 공자의 중용을 중화(中和)로 해석하고 성(性) 론으로 발전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주자가 주장한 평상은 지속하는 힘이 있어야 정말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중용은 우리의 일상으로 가깝게 다가오지만 일상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 속에 바뀌지 않는 이치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3. 적당히

중용은 선(善)의 이쪽과 저쪽의 사이에서 항상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는, 언제나 변화 가능한 경계에 서 있다. 직선상의 어느 지점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여러 지점을 포괄한 시공간을 아우른다. 중용이라는 단어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적당(適當) 히?

부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적당히’라는 말을 들으면 반찬을 만들며 엄마들이 늘 말하는 ‘소금 적당히, 간장 적당히’가 생각난다. 집밥 백 선생은 소주컵으로 계량을 해 양념의 양과 비율을 좀 더 쉽게 가르쳐 준다. 그러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짜다. 너무 달다’고 하며 쉽게 만족하지 않는다. 어떻게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출 것인가? 그 많은 요리 프로도 알고 보면 알려 주고 싶은 대상이 분명히 있다. 대상이 초보라면 흔히 구하기 쉬운 소주컵 같은 도구, 요리를 조금 한다는 사람에게는 계량스푼. 또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런 도구들은 거추장스럽고 ‘적당히’라는 말을 다시 불러올 수밖에.

상황을 고려한 어떤 자기만의 느낌을 따라가야 한다. 맛이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시간에, 누구와 먹는지 등등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다. 그런 변수 속에서 생기는 맛이라는 것은 미묘함의 차이이다. 일상에서 미묘한 맛, 모호함을 알아차리는 것. 적당한 거리와 공간을 가지는 것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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