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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지 않았다.

by yu

3차였다.


친구들은 취했다고 집을 갔다.


남은 건 너랑 나랑 둘이었다.


왠지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말했다.


사랑한다고.


좋아한다는 말이 먼저 나가야 하는데

사랑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뛰쳐나가듯 이야기해 버렸다.


친구들과 있었던 시간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그때 네 표정만 기억이 났다.


너는 당황하지도 않고 미소를 지었다.


하얗고 뽀얀 볼에 보조개가 움푹 들어가

나를 보며 웃는데 술기운 때문에

웃고 있는 입술과 푹 패인 보조개 밖에 안 보였다.


시끌벅적 했던 술집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 같았다.


반짝이는 불빛과 수 많은 사람들이 전부 블러처리 된 것 같았다.


너와 나 둘 뿐이었다.


내 말을 들은 네 미소는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건 무슨 뜻일까, 어떤 웃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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