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김순호 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순호 Nov 28. 2024

가을 배웅 길

남산 산책로





 가을 배웅 길   /  김순호  




 봄부터 가을까지 집 한 번 떠나보지 못하고 갑작스런 첫 폭설로 2024년 마지막 계절인 겨울을 맞았


   다행히  며칠 전  서둘러  남산을 찾았던 게 그나마 떠나는 가을을 배웅한 소중한 순간이 됐지만 여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  그날도 즉흥적이지만 남산이라면 물한병 준비하면 되는 일이기에  오후 3시  넘어

충무로 에서 출발해  문학의 집을 지나 남산  산책로에   진입했다. 혼자  걷는 이니 구와 보폭을 맞

필요도. 말대꾸할 필요도  없어  속속들이 미세하게 깊어가는 가을의 풍경을 오롯이  감상할 있었다.  

붉다 못해 검게 끓고 있는 골짜기를 바라보며  발길을 멈추기를  몇 번이는지, 그때마다 왜 여태  남산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아쉬웠고  가까이 있는 남산이 고마웠다.


   흔히 그려보는 여행은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낯설은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라 여기는 건 나뿐만이 아닌

듯  늦가을 남산 길은 관광객도 시민도 드문드문 고즈넉했다 어쩌면 이 길은 서울시민에게도 제대로 알려

지지 않은 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래서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산책 코스지만,  생각

이든 발길이든  '틀'을 깨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인데  가깝다는 것으로 가치를 몰라본 것이었다  사실 우리

는 가까이 있는 사람도  그렇게 소홀하지 않았던가  집을 나서며 상상으로는 남산이라면  바람에 땅바닥을

쓸고 가는 낙엽 떼와 공중에 소용돌이는 마른 잎 기둥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평온한 날씨 탓에 그

펼쳐지지 않아  섭섭했어도  떠나는 가을을 배웅한  그날의 산책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국립극

장을 쳐 내려오는 길,  뒤늦게 합류한 친구와  태극당에서 빵과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며 짧은 배웅을

했다   


가을을 작별한 지 며칠 만에 오늘 서울엔 예사롭지 않은 겨울을 예고하듯 온종일 첫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계인들의 세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