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김순호 글

(2) 나를 멈추게 한 생각들

(느낌) 삶의 단상

by 김순호



(2) 나를 멈추게 한 생각들 / 김순호





내 인생의 서사도 필사할 수 있다면 좀처럼 묽어지지 않는 서러움은 삭제하리라



나는 꿈에서도 흰머리가 나오도록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



모두 어딘가에 연결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 세상은 그 라인 밖, 사람에겐 냉담하다.



돈도 안 되는 '시'를 뭐 하러 쓰냐? 는 말을 들을 때

나는 '시'가 그 말을 들을 수 없게 마음의 귀를 닫는다. 이제 다 사라지고 남은 것이 없는데,

"나는 시가 아니면 삶을 증거 할 곳이 없다."


사람의 감성을 가장 먼저 파고드는 건 음악이 아닐까?

함께 들었던 선율들, (어쩌면 나만 듣고 있었을 수도) 어디선가 베토벤 심포니 6번 전원이 흐르면

어린아이들과 서울근교를 드라이브하던 때로 돌아간다. 나는 2악장과 5악장이 흐를 때면 심장이

옥죄어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때가 내 인생의 '정오'였는데, 그로부터 쇠락으로 치닫는데

난 왜 내게 이르지 않았을까? 나조차 나를 일깨워주지 않는 게 인생이라니 삶은 가혹하다.



문득 죽은 자들이 다 위대해 보일 때가 있다. 심지어 죽임을 당한 동물들 까지도.



어떤 이유였든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별은 세상에 무릎 꿇은 것이다. 그것을 견디고 살아가는 그들이

때때로 성자처럼 거룩해 보인다.


분명 어제 있었던 것이라던가 그때 좋았던 무엇이라 해서 오늘도 그대로일 것이라 믿는다면 실망하는

일이 생긴다. 그게 장소나 느낌에 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어떤 제도나 사람도 마찬가지다. 방금 보았

던 구름이 흔적도 없듯 오늘은 이미 어제가 아니다.



잠 못 드는 밤, 누군가의 창문에 켜진 불빛을 보면, 달려가 문 두드리고 싶다.



나는 하나에만 꽂힌다

어떤 '음악'에 꽂히는 날엔 하루 종일 그것만 듣고 '책을' 읽을 땐 거기에만 매몰되고 '인연'이 오면

상대가 떠나갈 때까지 눈치도 못 챈다. 겹치기는 할 줄 모른다. 그런데 이제 나도 먼저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새 약해진 매미 소리와 돌아오는 귀뚜라미 소리가 함께 여름을 밀어낸다. 떠나는 것은 모두 애틋해 붙잡고 싶다.


삶의 열정이 무뎌지는 건 저릿하다. 그것은 죽음 같은 상실이다. 그땐 침묵에 의지해야 다. 침묵의 힘은 세지만 결핍은 그마저도 무너뜨릴 것이다.



나는 세상에 행복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므로 불행이 멈춘 매 순간들에 감사한다.



누군가는 내가 명랑하다 하고, 누군가는 내가 우울하다 하고, 누군가는 나를 부러워 한다. 결국 난 여러

개의 가면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아무리 원해도 내가 나를 처리하고 '죽음의 단어만' 드러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해결하지 못할 적나라한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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