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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Sep 09. 2022

쉼터가 되어주는 우주

언제든지 찾아주렴

아이를 키우며 느끼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인생의 전반적인 흐름은 늘 고통을 동반한다는 사실이 매우 두려울 때가 있다. 나이를 먹고 앞의 숫자가 1에서 2로 3에서 4로 바뀌는 시간 동안 삶은 단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견디고 참아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나름 노하우와 배짱 노련미가 생겼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사는 여유도 생겼다. 하지만, 막상 내 아이의 성장통을 보고 있노라면, 그 고통을 내가 대신 겪어줄 수 없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늘 그렇다. 천륜이라 불리며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끝나는 관계 속에서 부모와 자식은 서로에게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고 사랑과 반응을 요구한다. 연인의 관계는 뒤돌아서면 끝이지만, 자식과 부모는 뒤돌아서도 자꾸만 돌아보고 돌아보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무너지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난 순간 처음 마주하는 사람이고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우주 같은 존재이다. 아이는 부모에게 양육이 되어야 성장할 수 있는데, 부모 역시 아이가 태어난 순간 부모라는 타이틀을 쥐게 되었으니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우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무거운 책임감으로 느끼며 정말 거대한 우주가 되어주려 온 힘을 다해 살고 버틴다.  하지만 간혹 어떤 부모는 아이의 존재를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처럼 여기며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아무리 거대한 우주가 되어주려 혼 힘을 다해 버틴다 하여도 내 아이가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꼭 겪어야 하는 여러 어려움을 지켜봐야 할 때가 있다. 그 부분은 분명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아이 스스로 겪고 힘을 내고 방법을 취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부모는 그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아이가 앉아 쉴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면 된다. 그럼 아이는 적어도 자기를 반겨줄 부모와 따뜻한 밥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위로를 받을 테니까 말이다.


생존하는 작가 중 가장 내게 큰 영감을 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작가는 David Hockney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그가 키우던 닥스훈트 두 마리  Stanley and Boodgie를 주제로 한 회화 시리즈와 그의 부모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1977년 자신의 부모를 모델 삼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 당시 그의 나이는 40세. 지금 작가의 나이가 80대이니 40년 전 부모의 모습이다. 나는 그가 선택한 색감을 너무 좋아한다.  밝고 발랄한 색들의 조합 속에 노부부가 앉아있다. 에메랄드빛의 카트 위에는 거울과 함께 봄을 나타내는 튤립이 꽃병에 꽂혀 있다.  노랗고 빨갛고 핑크빛의 꽃은 마지 방의 분위기를 더 상쾌하게 만든다.


그림 왼쪽에는 어머니가 앉아 있다. 매우 다소곳이 두 손과 발을 모으고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에는 사랑과 안쓰러움이 묻어난다. 늘 평소에도 아들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들을 향한 사랑이 가득하다. 하지만 오른쪽 아버지의 모습에는 피식 웃음이 난다. 그는 아들을 바라보지 않고 책을 읽고 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을 그리든 말든 자신만의 세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가 지루해 보이거나 짜증이 난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저, 자신을 그리겠다는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다정한 눈빛을 보내지 않아도, 미소를 품고 있지 않아도, 양복을 입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버지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들을 작품을 돕고 있다.


David Hockney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였을까?

그림으로 충분히 알 수는 없지만, 작가가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은 오랜 시간 아들을 위해 시간과 자리와 마음과 사랑을 나눠준 사람들로 표현한 것 같다. 과장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아들을 위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우주가 되어주려 했던 그런 부모 말이다.  


매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를 보며, 그 나름의 어려움을 본다. 하지만, 아이가 쉼을 얻고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편한 존재가 되기 위해 부모는 내어준다. 어떤 순간에도 엄마 아빠만큼은 네 쉼터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걸 매번 알려주는 것... 그게 아이가 성장하는데 얼마나 큰 위로가 되겠나.  


David Hockney

My Par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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