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구치는 법, 열두 번째

20241229 짧은 소설 12회차

by 별흔

물장구치는 법, 열두 번째

"가끔은 큰 파도에 휩쓸려 다시 가라앉을 수도 있다."


며칠이 지났다. 나는 오늘 수영장에 가지 않았다.

아니, 가지 못했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날 이후로 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몸살에 걸려 수영장에 갈 수 없었다.


지금 핸드폰이 침대 위에 뒤집혀 있지만,

화면이 켜졌다 꺼졌다 하는 빛은 외면할 수 없다.

수현의 메시지일 것이다. 몇 번을 보냈을까?

난 그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지은 씨, 어디세요? 오늘은 안 오시는 건가요?”


보낸 지 40분이 지나도록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수현은 메시지 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스크롤을 내려 이전 대화 내용을 읽기 시작한다.


“지은 씨, 저 자세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수현 님,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그런가요? 그래도 아직 멀었어요.”


짧은 대화 속에서도 수현이 혼자서도 물장구를 치려고 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메시지를 계속 넘기다 끝에서 멈칫한다.


“지은 씨 매번 하는 말이지만 너무 고마워요. 이런 제가 여기서 지은 씨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어쩔 때 지은 씨는 괜찮다가도 씁쓸하게 웃을 때가 있어요. 전 그런 지은 씨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딸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 집에 돌아와서도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요. 제가 가끔 물어볼 때도 지은 씨는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저는 지은 씨의 괜찮다는 말에도 안심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지은 씨, 저는 지은 씨가 저하고 같이 물에 있을 때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지은 씨와 나란히 물속에서 헤엄칠 수 있게 열심히 할 거예요. ”


그녀의 말이 물결처럼 잔잔하게 내 마음에 닿는다.

하지만 그 잔잔함은 이내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녀의 진심이 느껴질수록, 나는 오히려 더 초라해진다.


행복? 나는 그 단어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

그녀에게 말할 수 없는 생각들이 속으로만 맴돈다.


열려있는 창문 틈으로 찬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침대 위에서 까지 들어와 나의 살에 살짝 닿는다..

차갑던 바깥공기가 유난히 더 차갑게 다가온다.


하필 머릿속에서 현주의 얼굴과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문득 그녀가 무릎을 꿇고 있던 모습이 떠오르면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녀의 마지막 말, “옛날에 그렇게 겪어놓고도 어떻게 변한 게 없으세요?”라는 말이

날카로운 가시처럼 남아 나를 찔러댔다.


'그냥 이대로 모든 걸 끝내버리면...'


마음속에서 낮고 짧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다. 도망치는 건 비겁한 짓일까?

아니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까?

결국, 다시 침대에 눕는다. 핸드폰을 들지 않는다.

핸드폰 화면은 차갑게 어둠 속으로 꺼진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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