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13 짧은 소설 13회 차
며칠이 더 지났다. 몸살은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마음속 무거운 파도는 여전히 잔잔해지지 않는다.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핸드폰은 여전히 침대 위에 뒤집혀 있고,
메시지 알림은 더 이상 뜨지 않는다.
수현도 포기한 걸까, 아니면 잠시 기다려주는 걸까.
수현의 마지막 메시지가 떠오른다.
"지은 씨, 저는 지은 씨가 저하고 같이 물에 있을 때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행복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행복. 행복은 대체 어떤 모양이었을까?
현주의 날카로운 말처럼, 나는 변하지 않은 걸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어딘가 고여 있는 걸까?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머리맡에는 아직 다 마시지 않은 생수병이 있다.
목이 마르지도 않으면서 병을 집어 들고,
병 속 물이 어떻게 고여 있는지 가만히 바라본다.
체육관 로비는 유난히 조용했다.
나는 한쪽 구석에 서서 수현을 기다렸다.
몇 번이고 핸드폰 화면을 켰다 껐다 하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수현은 오지 않았다. 오늘은 꼭 말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나온 건데,
끝내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더 이상 서성이다가는 내가 먼저 무너질 것 같아 자리에서 돌아섰다.
다음 날, 나는 수현의 미용실이 있는 언덕길로 향했다.
길은 가팔랐고 햇볕은 따가웠다. 가슴속은 온갖 생각으로 무거웠지만,
오늘은 끝까지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언덕을 오르던 중,
갑자기 어딘가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니, 그곳은 수현의 미용실이었다.
미용실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누군가가 밖으로 쫓겨났다.
그건 현주였다. 수현은 그녀를 향해 “나가요!”라고 외치며 등을 밀어내고 있었다.
수현의 손에는 구겨진 종이가 들려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현주에게 던졌다.
현주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들고는 아무 말 없이 뒤돌아섰다.
나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발이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현주가 이곳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다가갈 용기는 없었다.
뭐라도 말해야 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뒤로 물러서 숨어버렸다.
현주는 미용실을 벗어나 언덕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걷던 그녀는 걸음을 멈추더니,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꽉 쥐었다.
그녀의 어깨가 떨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그 종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녀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래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숨을 죽이며 현주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다가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집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종이가 뭐길래 저렇게 했을까.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미용실 쪽을 바라보았다.
문 앞에 서 있는 수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두 손으로 문틀을 잡고 있었다.
가까이 가지 않아도 그녀의 떨리는 어깨와 거친 숨소리가 느껴질 것 같았다.
그 표정은 복잡하고 어딘가 괴로워 보였다.
나는 종이를 쥔 손을 가슴에 붙이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