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구치는 법, 열네 번째

20240120 짧은 소설 14회차

by 별흔

물장구치는 법, 열네 번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헤엄칠 것이다."


조명이 꺼진 내 방.

어둠 속에서 노트북 화면만이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내 얼굴을 비춘다.

나는 의자에 앉아 마우스 휠을 연신 내리며 인터넷 기사를 하나씩 훑어본다.

“대학교 내 갑질”이라는 제목이 반복되며, 내 눈은 빠르게 화면을 따라간다.

기사들은 점점 더 깊고 복잡해지며, 한참을 내려가다 나는 손길을 멈춘다.


그때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수도권 유명 체대생의 유서 그리고 묵혀있었던 지도코치의 갑질’.

제목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 그 기사를 클릭한다.

화면에 펼쳐진 글자들이 내 눈앞에 가득 차고, 읽을수록 점점 더 무겁게 다가오는 내용들.

나는 그 내용을 따라가며 읽어나가다가 문득, 과거에 내가 겪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 사건들이, 지금 이 기사의 내용과 너무나도 비슷하다는 사실에 머리가 멍해진다.


내 시선은 무심코 옆에 있던 구겨진 용지로 향한다.

그 위에는 학생들과 관계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탄원서에 적힌 이름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용지를 한 손에 쥐고, 나는 천천히 다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본다.

화면 속 기사는 지도코치의 행동을 계속해서 묘사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증언, 당시의 상황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드러나는 진실들.

모든 것이 마치 내가 겪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한때 내가 겪은 고통이 이제는 누군가에게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속에서 묘한 떨림이 일어난다.


나는 용지를 펼쳐보며, 또 한 번 탄원서에 적힌 이름들을 눈으로 훑는다.

그 이름들 속에 내 이름도 포함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지금 이 순간도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을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을 떨쳐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그 모든 일이 마치 내게도 남겨진 미완성의 이야기처럼, 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돈다.


'그래, 어쩌면 나도…'


나는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하며,

손끝이 노트북의 마우스를 조심스럽게 클릭한다.

다시 기사의 내용을 훑으며, 하나씩 생각을 정리한다.

내가 겪었던 일은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닌,

누군가의 손에 의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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