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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Jul 09. 2022

우리들의 중학교 영어 공부 추억

: 그땐 그랬지

❚우리들의 중학교 시절 그땐 그랬지: 주먹구구식 영어 공부법

   중학교 시절 내가 가졌던 영어에 대한 막막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당시 나에게 영어는 많은 과목들 중에 그저 하나의 과목에 불과 했다. 영어를 배워서 딱히 뭐에 쓸지 알 수 없었다. 지금처럼 외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눌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 했다. 영어는 수많은 단어들, 수많은 작고 작은 알 수 없는 규칙들, 끝도 없이 밀려들어오는 듣도 보도 못 한 낯선 영어 문장들, 그런 방대한 데이터들을 구조화 할 방법도 모른 채 그저 막막했었다.


❚듣기와 말하기

   별달리 듣기 공부라고 해 본 적은 없었다. 그저 한 학기에 한 번 있는 EBS 영어 듣기 시험이 있었다. 그 듣기 시험을 치기 전날이면 학교는 일괄적으로 전년도 듣기 시험을 학생들에게 한 번씩 쳐보게 하였다. 그 시험을 쳐보는 게 나에겐 유일한 듣기 공부였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언제든 내가 원할 때 다시 들을 수 있는 영어 듣기 음원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저 영어 선생님이 전년도에 녹음해둔 녹음테이프가 유일한 리소스였던 시절이었다. 전국 어느 학교에도 원어민 선생님은 존재하지 않았다.


   영어 듣기 인풋(Input)의 양은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 원어민 발음의 특징, 예를 들어 강세와 리듬조차도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강세 표시 및 억양 표시 그림 등을 통해 배우는 어처구니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조형기식” 영어 발음(탑 어브 더 월드~)으로 매 단어를 아주 정직하게 다 발음하고 그 억양도 한국어 사투리 억양 그대로 말 하는 일이 태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들어 본 적이 없는 데 제대로 말 할 리가 없다. 결국 듣기와 말하기는 연습을 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듣기시험연습을 하더라도 문장을 통째로 알아듣는 연습을 하기 보다는 핵심 정보 단어를 들어서 나머지 상황을 추측하는 식이었다.

     

❚읽기와 쓰기

   대부분의 영어 수업은 쓰기를 아주 소홀하게 다루었다. 내 기억에 중, 고등학교를 통틀어 아주 작은 단락 글조차 영어로 쓴 기억이 전혀 없다. 평가에서 쓰기는 제외되었던 시절이다. 평가의 객관성 및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명복이었다. 즉 채점이 공정하기 힘들다는 선입관과 채점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가 컸다. 평가에 반영이 되지 않는 능력이다 보니 수업 중에 영어 선생님들이 다룰 리 없다.


   그 당시 영어 교과서 본문은 묻지 말고 그냥 통째 외워야 하는 바이블과 같은 것이었다. 매 영어 시간이 되면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서 있어야 했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면 우리는 한 사람씩 외운 문장을 정확히 한 문장 말하고 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마지막 아이가 앉을 때 까지 우리는 숨죽여 기다려야 했다. 혹시나 못 외우면 그대로 서 있어야 했다. 재시가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못 외우면 손바닥을 받거나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문장을 달달 외워서 각 문장의 일부를 채워 넣거나 문법에 알맞은 말을 찾는 문법 연습용으로 교과서 본문 글을 배웠다.


   당시 영어 선생님들은 훌륭하게 완성된 글을 통으로 감상하기보다 그걸 구지 분석이라는 미명 아래 모든 문장을 마치 생선 토막 내듯이 토막 냈다. 주어, 목적어, 보어와 같은 이름을 지으며 조각조각 초토화 시키면 영어 잘 가르친다고 착각하신 영어 선생님들이 많으셨다. 예쁜 케이크를 막무가내로 조각조각 내버리는 것 만큼이나 안타깝다.


글 하나의 전체 흐름 파악이나 유기적인 관련에 대한 이해보다는 글을 문장 단위로 분석하는 능력 키우기에 초 집중 했다. 나중에 고등학교 입학을 하고 나서야 글 전체 내용 파악이나 글의 흐름 파악이 참 중요한 능력임을 알게 되었고 나에게 그런 능력은 전무후무했다. 그나마 고등학교에 가서 겨우 글의 전반적인 구조 및 단락 간 관련성 파악 연습을 한 것 같았다.


그런 중학교 시절이라, 당연히 영어로 단락글 쓰기 연습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혹시 있다고 하더라도 문법 시간에 문법 설명을 위해 사용한 문장을 써보는 게 전부였다. 어떤 내용이나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한 쓰기 연습은 존재하지 않았다.  


단어

   새로운 단원을 시작할 때 마다 단어 시험은 공포였다. 틀린 숫자만큼 손 바닥을 맞아야 했다. 틀린 문제는 텅 빈 연습장에 빡빡하게 무한 반복해서 써야 하는 숙제가 기다렸다. 어떻게 읽는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쓸 줄은 알아야 했다. 그리고 원어민들이 어떤 상황이나 문맥에서 쓰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꼭 반드시 한국말로 그 뜻을 달달 외워야 했다. 영어 단어는 입으로 말하거나 발음을 듣고 외우는 게 아니라 손으로 쓰고 손으로 또 쓰고 해서 외우는 게 답인 줄 알았다. 그래야 단어 시험을 칠 때 철자 실수가 없고 그래야 손 바닥 매도 안 맞고 또 그래야 그 무한 반복 빡지 쓰기도 안 한다. 참 웃픈 현실이었다.


❚문법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 '뭔가 문법에 체계를 잡아야 겠다' 생각이 들었다. 영어 시간마다 들려주는  조각의 규칙이  뭐에 쓰는   길이 없이 여기 저기  머리에 흩어져 있었다. 그나마 정확히 이해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 용법  이상 무질서하게  머리에 방치할  없었다.  에는 열심히 살고 싶어 홀로 대도시로 유학  시골 여학생인지라,  많이 늦기 전에 뭔가를  하면 영원히 영어 파도에 파묻혀 익사 같았다.


   없는 살림인 걸 알지만 시골에 계신 엄마한테 전화해서 집 근처 영어 학원에 몇 달만 영어 문법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당시 평생 처음으로 학원이라는 곳을 가봤다. 학원 교재인 ‘빨간 기본 영어’(아마도 이글을 읽는 독자가 40대 이상인 분은 다 아실 당시에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문법서였다)를 구입했다. 그리고 왠지 학교 가방이 아닌 학원용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할 것 같아 작은 손가방도 장만했던 거 같다. 그렇게 의욕 넘친 중3 여학생은 학원 선생님이 무슨 절대자의 말인 양 아주 열심히 들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선생님은 별 다른 것을 설명해주지 않고 그저 책에 적힌 수많은 규칙들을 읽는 게 다인 것 같았다. 역시 문법은 이해가 아니라 그저 규칙을 외워야 하는 거구나 생각하며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오늘 문법 규칙 하나 외우고 내일 까먹고, 또 다음 날 규칙 하나 외우고 또 까먹고 뭐 그런 식이었다. 여전히 동서남북이 어딘지, 공부하는 문법 규칙들의 빅 픽쳐도 없이 장님이 코끼리 더듬어 생김새 알아가듯 그렇게 영어 문법을 미련스레 공부했다. 그래도 자존심을 못 버리던 시절이라 중학생은 ‘빨간 기본영어’과 ‘맨투맨 기본’ 고등학생은 ‘맨투맨 종합’ 또는 ‘성문기본영어’와 ‘성문종합영어’ 이런 레벨이 은연중에 있었기에 나는 중학생이 끝나기 전에 얼른 빨간 기본영어를 다 마스터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내 기억에 제대로 다 공부를 못 한 채 중학교를 졸업한 것 같다.


 ❚중학생 시절 나의 영어 공부 목적  

   그 때 영어 공부를 무엇 때문에 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다른 교과처럼 시험을 치기 위해 했던 것 이외에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이유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손바닥 맞기나 빡지 숙제가 싫어서 그걸 피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최소한의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때 했던 영어 공부가 지금의 영어 실력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었던가?'하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할 수 없다. 생각해보면 그저 헛물을 캔 영어 공부였고 오히려 영어를 기겁하게 만든 기억만 쌓여가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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