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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Apr 28. 2022

정사각형과 점의 썸

점은 크기와 형태를 갖춘 복합체이고 정확한 윤곽을 가진, 말하자면 통일된 하나의 객체입니다. 이 사항은 칸딘스키에게 아주 중요해요. 그것은 점이 모든 자격을 갖춘 하나의 표현 수단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기초 평면과 어우러져 목적한 작품을 완성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칸딘스키는 정사각형의 중앙에 놓인 점을 보여주는데 이는 콤포지션의 근간이기도 해요. 콤포지션을 우리말로 하면 구성이란 뜻이지만 이를 넘어선 의미가 담겨 있기에 콤포지션 그대로 부르기로 할게요. 칸딘스키에게 콤포지션은 화면 위에 펼쳐진 개개의 요소들과 이들을 어떤 자리에 놓아야 할지 고민하는 구성 요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협과 종속을 의미해요. 


좀 복잡하게 읽힐 수 있는데 단순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여러 요소들이 자아내는 울림은 서로 얽혀서 복잡할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울림이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차례차례 해체되어 결국은 마지막 목적지인 울림을 향해 종속되어 정리된다는 이론입니다. 나머지 콤포지션에 대한 것은 뒤에 가서 보기로 하고 사각형 안의 점으로 돌아와서 이 이론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보도록 합시다. 



정사각형 중앙에 놓인 점



정사각형 중앙에 놓인 점을 칸딘스키가 어떻게 서술하는지 보면 콤포지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쉽게 읽어낼 수 있어요. 


"기초 평면이 미치는 힘이 억제되어 점의 강도가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진 특수한 경우이다. 점과 평면의 두 울림은 일치되어 마치 하나의 울림과 같은 성격을 띤다. 즉 면의 울림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함께 추산되지 않는 것이다."


위의 말은 평면이 스스로 자기 힘을 억제하여 점의 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는 것이에요. 물론 평면과 점에는 모두 각각의 울림이 있지만 이는 하나의 구성이므로 모아져야 하는 것이지요. 앞서 말한 단순화 과정의 일환으로 면의 울림은 점에 종속되어 점의 가장 단순하고 가장 간결한 울림만 우리에게 전달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점이 정사각형 평면의 중앙이 아닌 다른 곳에 놓이면 어떻게 될까요? 점이 중심에서 밀려나는 순간 그동안 억제되었던 평면이 소리 내기 시작하는 건 당연합니다. 두 울림, 점의 절대적인 울림과 점 주변의 울림이 퍼져 나가는데 점차 점 주변인 평면의 울림이 분명해지므로 상황은 변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밖에 점이 반복되거나 수없이 많아질 때도 있겠죠. 점의 울림은 더하기 빼기의 산술처럼 단순하게 숫자만큼 늘거나 줄어드는 일이 아니니 복잡해지는 건 불 보듯 뻔합니다. 칸딘스키는 반복이란 감정을 상승시키데 기여하는 유능한 배달부라고 표현해요. 또 반복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쉽게 조화로움에 다다를 수 있게 하여 모든 예술 분야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는 말도 덧붙이죠. 


수많은 점이 모여 있다면 크기와 형태가 다르거나, 서로 일치하거나, 부단히 움직이거나, 고정되어 있거나 등등 여러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어요. 이때 점은 독립체이기에 제각기 활동한다는 의미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칸딘스키는 점들이 점점 더 증가할 경우 어떤 울림이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해 볼 것을 권하거든요. 제각각 활동하는 점의 증가는 그야말로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격한 진동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수히 많은 점의 밤하늘도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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