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의 생존 수영 강습

by 운틴

평생학습이라고 배워야 할 게 많은 세상에서 청각장애인은 늘 그 문턱에서 주저하게 된다. 내가 이 강의를 듣고 싶은데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시작한 웹소설 강의는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수업이었다. 신청자로 확정된 후에 전화를 걸어서 내가 청각장애가 있는데 아예 못 듣는 건 아닌데 수업을 알아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애에 호의적인 기관에서는 어떤 편의를 제공해 주는지 먼저 말해주는데 이곳은 소규모 강의라 따로 준비된 게 없었다. 작은 강의실이라고 해서 일찍 가보니 맨 앞자리에 앉아 강사의 말을 자막 번역기에 연결해서 볼 수 있었다. 강사가 마이크를 쓰고 큰 소리로 강의하는데 나 때문에 그렇게 하는지 원래 그렇게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두 번째 수업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된 청각장애 단체에 수영 강습이 있다는 공고가 떴다. 협회에서 여러 종류의 강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주로 취미생활 위주인데 수영강습을 한다니까 평소에 잘 나오지 않던 회원이 회사에 휴가를 내고 왔다. 수영은 넓은 공간에서 배우는 거라 강사의 말을 알아듣기가 어렵다. 눈도 좋지 않아 안경을 벗고 보청기까지 뺀 상태에서 강습을 따라 하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아 대학 때 수영 수업을 들은 이후로는 배워본 적이 없다. 그런데 청각장애인만 따로 모아 수업을 한다니 이런 반가운 소식이 없다. 회사 일정을 조정하려고 보니 시간을 내기 어려워 신청 후 빠져도 되는지 물어보니 내가 빠지면 신청자가 많지 않아 폐강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귀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해서 회사 일정을 조율했다.


어제는 첫 수업날이었는데 소규모 수업이라 단독 행동이 어려워 협회에 모여서 차를 타고 같이 수영장으로 이동했다. 보청기와 안경을 빼고 샤워장에 가니 앞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아 어지러웠다. 그 수영장은 생존 수영 강습으로 이름이 난 곳인 것 같았는데 청각장애인을 위한 강습은 피차 처음이라 강사나 수강생 모두 긴장한 티가 났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수영장에 와있는 사람들이 모두 같이 준비 체조를 했다. 수어통역사로 같이 간 선생님은 물 밖에 서있는데 강사의 설명이 끝나면 무슨 내용인지 고개를 돌려 수어통역사의 통역을 보는 게 쉽지 않았다. 강사님이 큰 소리로 말해주셔서 잔존청력이 남아 있는 사람은 통역 없이도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배우는 횟수가 3회밖에 되지 않아 기초 수영강습을 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바로 생존 수업으로 들어갔다. 먼저 발로 물 차는 법을 배우고 손으로 물을 헤치며 반대편 끝까지 걸어갔다 왔다. 그리고 이어서 물에 얼굴을 담그고 호흡하는 법을 배우고 반대편까지 왕복했다. 다음에는 팔을 양 옆으로 펼치고 물속에서 숨을 내쉰 후 물을 내리치면서 뛰어올라 숨을 쉬는 법을 배웠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제 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몸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 끝까지 갈 수 있었다. 물에 빠졌을 때 마음을 가다듬고 양손으로 물을 내리치며 밖으로 뛰어오르면서 호흡을 하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사님이 설명해 주셨다.


레인을 몇 번 오가니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마치는 시간이 되었다. 수영을 배워본 적이 있는 사람은 바로 적응했는데 강습이 처음인 회원은 키에 비해 물이 깊은데다가 중요한 동작을 첫 시간부터 배워서 소화하기가 벅찼을 것 같다. 밖에 나오니 수업 담당자님이 음료를 나눠주시면서 수고했다며 격려해 주셨다. 산 자락에 있는 수영장이라 단풍이 화려해 우리의 도전을 축하해 주는 것 같았다. 엄두가 나지 않았던 수업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소중한 기회를 그렇게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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