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이야기

by 이동글

다시 아기가 된 린다에게

오랜 시간을 길에서 서럽게 살던 기억은 잊고

따뜻한 극세사 보드랍던 엄마 품만 기억하렴 아가


널 위해 마음을 졸이며 매일 밥 주러 가던 그 시간들

네가 당한 상처가 엄마에게도 슬픔으로 남아

네가 벽에 갇혀 절망할 때

네가 새끼가 죽어가는 것 보며 울었을 때

네가 밥 못 먹고 쫓겨 도망칠 때

그 과거의 시간들을 펼쳐 손에 감싸 쥐고

엄마도 함께 아파했어


미리 만나 품었다면 덜 아팠을까

너무 늦지 않아 그나마 다행일까

그래도 좀 더 있어주렴

엄마가 늘 곁에서 지켜줄게 아가

무서워마

사랑한다 영원히


은정님이 길고양이 친구들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온 아픈 아이가 있다는 제보 글을 읽고 구조하려고 나간 곳에 린다가 나타나서 먹을 것을 달라고 쫓아다녔다고 해요. 다른 아픈 아이 때문에 며칠을 계속 들렸는데 린다는 늘 거기에 있었대요. 후에 밥을 주시는 분을 만났는데 거기가 밥 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곳인 데다 길 고양이들도 많아 린다가 밥을 못 먹고 자주 쫓겨다녔다는 소릴 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그날부터는 밤에 일이 끝나자마자 꼭 챙겨주자 맘을 먹으셨대요.

그때부터 린다는 은정님에게 특별한 아이가 된 거라고 하네요. 거의 매일 일을 나왔는데 쉬는 날에는 기다릴 린다가 너무 신경이 쓰였대요. 사람을 경계하던 애가 점점 애교도 부리기 시작하고 다른 애들도 눈에 밟혔지만 특히 린다는 안 보이면 너무 걱정되었다고 해요. 어디 갇힌 건 아닌가 어디서 또 맞고 다니는 건 아닌가 .실제로 돌이나 빗자루로 때리는 사람과 싸운 적도 있었다네요. 다른 길고양이들도 린다를 안 좋아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여러 번 쫓겨가는 것도 봤대요.

길냥이 밥을 주게 되면 아이들 성격이 사람처럼 다양한 게 보이는데 린다는 소심하고 항상 외톨이였다고 해요.그런데 그런 린다가 어느 순간부터 먹을 거엔 신경을 안 쓰고 바닥에 드러누워 애교를 부리고 조금씩 따라오기도 하는 걸 보면서 맘 같아서는 바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다른 고양이를 너무 싫어하는 반려묘 미미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다고 해요.

그러다 린다가 침을 흘리면서 말라가고 이틀 삼일 안 보이기도 했대요. 약을 먹여도 호전되지 않고 유난히 추운 겨울날 달달 떨며 은정님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애를 보다 못해 바로 구조했는데 그대로 두면 며칠 안에 구내염보단 영양실조에 동사할 거 같았기 때문이셨대요.
무작정 구조장비 없이 이동장에 캔를 넣고 구조란 걸 시도했는데 린다가 너무 힘들어 구조를 바랐는지 지가 쑥 들어갔대요.

항상 린다에게 밥 주며 했던 말이 있었대요.'엄마네 집에서 살자 넌 꼭 데려갈게 알았지? '
집에 데려온 후 린다는 너무나 좋아했대요. 평생 처음 극세사 이불에 누워도 보고 엄마랑 매일 뒹굴고.은정님도 발치 수술받고 집에 돌아와 이제야 아프지 않고 밥을 맛있게 먹는 린다를 본 날이 가장 행복했다셔요.

갑자기 길에서 8,9년 있던 린다가 없어져 궁금해하시는 그동안 챙겨주시던 분들에게 은정님이 소식을 알리니 다들 기뻐해 주셨고 한 분에게 린다와 린다의 딸 세발 이사진과 함께 연락 왔대요. 9년 전쯤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린다가 처음 나타났는데 사람들만 보면 밥 달라고 구걸해서 새끼들 먹이고 자기는 안 먹고 뒤에 앉아 있었대요.
그런데 복잡한 명동에서 두 마리 중 하나는 로드킬로 바로 죽고 또 다른 아이는 다리를 다쳐서 그분이 데려가 치료하고 입양하시고 린다는 중성화해 주고 있던 곳에 방사하셨다며 사람들이 추워서 린다가 숨어 들어간 공간을 막아버려 거의 1주일 만에 문을 부수어서 나오게 한 이야기, 밥 달라고 다가갔다가 여러 번 발길질당한 이야기를 해주셨대요. 흔히 길냥이들이 겪는 이야기지만 그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맘이 너무 아팠다고 하세요.

린다는 엄마랑 4년 정도 너무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엄마 옆에서 자고 맛있는 거 먹고 따뜻하고 시원하고 비 맞지 않고 쫓기지 않고 매 맞지 않고... 근데 이제 고양이 별로 갈 준비를 하는 듯해요.
여기저기 배변 실수도 하고 강급하지 않으면 물도 밥도 안 먹고 있어요.
처음 구조했을 때부터 나이가 많다는 걸 알아서 엄마랑 사는 동안은 최대한 행복하게 해주고 싶으시다는 은정님... 적어도 길에서 죽게 하진 않을게...라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아쉽고 아픈 건 어쩔 수 없으실 거예요.

오늘도 애기가 되어버린 할머니 린다는 엄마 옆에서 편하게 잘 자고 있어요. '배변 실수해도 좋으니 더는 아프지 않고 오래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시면서 이 말은 꼭 하고 싶으시대요.

린다야 사랑해!
엄마가 항상 곁에서 지켜줄게~
무서워하지 마...


린다는 얼마 있다 엄마 옆에서 편히 잠들었습니다.

고양이별에서 잘지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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