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님이 길고양이 친구들이라는 페이스북 그룹에 올라온 아픈 아이가 있다는 제보 글을 읽고 구조하려고 나간 곳에 린다가 나타나서 먹을 것을 달라고 쫓아다녔다고 해요. 다른 아픈 아이 때문에 며칠을 계속 들렸는데 린다는 늘 거기에 있었대요. 후에 밥을 주시는 분을 만났는데 거기가 밥 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곳인 데다 길 고양이들도 많아 린다가 밥을 못 먹고 자주 쫓겨다녔다는 소릴 들었어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그날부터는 밤에 일이 끝나자마자 꼭 챙겨주자 맘을 먹으셨대요.
그때부터 린다는 은정님에게 특별한 아이가 된 거라고 하네요. 거의 매일 일을 나왔는데 쉬는 날에는 기다릴 린다가 너무 신경이 쓰였대요. 사람을 경계하던 애가 점점 애교도 부리기 시작하고 다른 애들도 눈에 밟혔지만 특히 린다는 안 보이면 너무 걱정되었다고 해요. 어디 갇힌 건 아닌가 어디서 또 맞고 다니는 건 아닌가 .실제로 돌이나 빗자루로 때리는 사람과 싸운 적도 있었다네요. 다른 길고양이들도 린다를 안 좋아해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여러 번 쫓겨가는 것도 봤대요.
길냥이 밥을 주게 되면 아이들 성격이 사람처럼 다양한 게 보이는데 린다는 소심하고 항상 외톨이였다고 해요.그런데 그런 린다가 어느 순간부터 먹을 거엔 신경을 안 쓰고 바닥에 드러누워 애교를 부리고 조금씩 따라오기도 하는 걸 보면서 맘 같아서는 바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다른 고양이를 너무 싫어하는 반려묘 미미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다고 해요.
그러다 린다가 침을 흘리면서 말라가고 이틀 삼일 안 보이기도 했대요. 약을 먹여도 호전되지 않고 유난히 추운 겨울날 달달 떨며 은정님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애를 보다 못해 바로 구조했는데 그대로 두면 며칠 안에 구내염보단 영양실조에 동사할 거 같았기 때문이셨대요. 무작정 구조장비 없이 이동장에 캔를 넣고 구조란 걸 시도했는데 린다가 너무 힘들어 구조를 바랐는지 지가 쑥 들어갔대요.
항상 린다에게 밥 주며 했던 말이 있었대요.'엄마네 집에서 살자 넌 꼭 데려갈게 알았지? ' 집에 데려온 후 린다는 너무나 좋아했대요. 평생 처음 극세사 이불에 누워도 보고 엄마랑 매일 뒹굴고.은정님도 발치 수술받고 집에 돌아와 이제야 아프지 않고 밥을 맛있게 먹는 린다를 본 날이 가장 행복했다셔요.
갑자기 길에서 8,9년 있던 린다가 없어져 궁금해하시는 그동안 챙겨주시던 분들에게 은정님이 소식을 알리니 다들 기뻐해 주셨고 한 분에게 린다와 린다의 딸 세발 이사진과 함께 연락 왔대요. 9년 전쯤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린다가 처음 나타났는데 사람들만 보면 밥 달라고 구걸해서 새끼들 먹이고 자기는 안 먹고 뒤에 앉아 있었대요. 그런데 복잡한 명동에서 두 마리 중 하나는 로드킬로 바로 죽고 또 다른 아이는 다리를 다쳐서 그분이 데려가 치료하고 입양하시고 린다는 중성화해 주고 있던 곳에 방사하셨다며 사람들이 추워서 린다가 숨어 들어간 공간을 막아버려 거의 1주일 만에 문을 부수어서 나오게 한 이야기, 밥 달라고 다가갔다가 여러 번 발길질당한 이야기를 해주셨대요. 흔히 길냥이들이 겪는 이야기지만 그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맘이 너무 아팠다고 하세요.
린다는 엄마랑 4년 정도 너무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엄마 옆에서 자고 맛있는 거 먹고 따뜻하고 시원하고 비 맞지 않고 쫓기지 않고 매 맞지 않고... 근데 이제 고양이 별로 갈 준비를 하는 듯해요. 여기저기 배변 실수도 하고 강급하지 않으면 물도 밥도 안 먹고 있어요. 처음 구조했을 때부터 나이가 많다는 걸 알아서 엄마랑 사는 동안은 최대한 행복하게 해주고 싶으시다는 은정님... 적어도 길에서 죽게 하진 않을게...라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아쉽고 아픈 건 어쩔 수 없으실 거예요.
오늘도 애기가 되어버린 할머니 린다는 엄마 옆에서 편하게 잘 자고 있어요. '배변 실수해도 좋으니 더는 아프지 않고 오래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시면서 이 말은 꼭 하고 싶으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