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숫자야, 우리 친해져 보자
평생 살면서 50킬로는 넘어본 적이 없던 나. 초등학교 6학년부터 대략 45kg을 항상 유지하던 나였는데, 유난히 겨울이 길었던 올해 6킬로가 쪘다.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숫자 5. 몸무게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막상 새로운 숫자를 만나니 당혹스러웠다.
당혹스러운 건 숫자만이 아닌 '정말로' 불어버린 나의 몸. 언제 이렇게 살이 쪘지 싶다. 여름이면 비키니를 입고 태닝을 즐기던 내가 이제는 큰 옷을 입기 시작했다. 거기에 내 몸이 맞춰져 버린 건지, 이게 뭔가 싶었다.
처음에는 살이 찐 내 모습이 싫기만 하고 살을 빼야겠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이런 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자기 합리화인가?). 이제야 사람이 좀 된 듯한 느낌도 들고, 건강해 보인다는 말도 듣는다. 여기서 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진짜 튼튼한 몸을 가질 수 있지는 않을까?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내 남자친구는 항상 의아해한다. 충분히 보기 좋고 자기가 섹시하다고 느끼는 몸인데 한국인들의 미의 기준은 너무 말도 안 될 만큼 가혹하다고.
3년 전 사진이라고 아이폰이 보여준 나의 모습은 생각보다 말랐었다. 그때는 더 말라지겠다고 운동했었는데, 내가 진짜 미쳤었나 싶다. 여기서 살을 더 찌울 생각은 전혀 없고 이제 진짜 꾸준히 운동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상하게 서로 붙는 허벅지가 건강하게 느껴지고, 살짝 나온 배가 현실감 있어진다.
예뻐지려고 운동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이제는 조금 더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면 진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나른한 토요일 오후, 오랜만에 햇볕이 난다. 이 나른한 오후를 운동으로 보내야지. 짐에 다녀와야겠다. 저녁에는 남자친구한테 나가서 걷자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