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 윙을 사랑한 남자

by 문윤범


'맥주는 한 잔이면 충분해.'


그러나 안동찜닭을 사랑하는 그녀. 소주는 한 병이면 충분하다 말한다.



육식주의자에게 닭은 세 번째 이야기다. 내 첫 번째 술은 소주나 맥주가 아니다. 위스키? 와인? 아니면 보드카? 물이나 콜라가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들의 술자리를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는 연출가다. 폐쇄 회로 카메라로 그 모습을 보는 술집 사장이 아니다. 그날 밤 그곳에서 벌어진 사건의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녹화된 영상을 돌려보는 경찰이 아니다. 9번 테이블에 안동찜닭과 버팔로 윙이 동시에 놓여 있고 소주와 맥주가 섞이지도 않은 채 구분되어 세워졌다. 그건 사건이 아니라 현장이다. 그들은 결혼해 꼭 혼혈의 아이를 낳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그들이 가진 공통점이라면 닭을 양념해 한 요리를 먹는다는 것이고, 그것의 목을 끊어 끝내 죽게 한 데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 죽음이 가치 있어야만 하지 않는가. 채식주의를 선언한 사람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여름 계곡에는 백숙이 가장 어울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들은 서로 거리를 둔 채 나란히 걷는다. 그 모습이 허무하다. 그들을 비추는 건 꾸며진 불빛 같은 것뿐이다. 그조차도 그들의 패션, 올블랙 설정으로 인해 분명치 않다. 하지만 정신은 마치 갓 쓴 선비들 같다. 술병을 깨는 일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언성 한 번 높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툰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사랑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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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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