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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Aug 04. 2022

연길에서 그녀에게


조선민족민속거리의 나무들은 흔들리고 그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거리에 있다. 그는 꿈을 꾸었다. 이곳 생활에 적응하게 된 몸과 그러나 여전히 떠나지 못한 마음은 아직 그곳을 거닌다. 그곳 거리에서 그녀를 마주쳤다. 마치 여행자처럼 서 있는 그녀 모습을 봤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깬다.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온 주인아줌마였다. 그러나 닭뼈를 플라스틱 버리는 곳에 그는 버린 적이 없다.

"오늘 출근 좀 할 수 있겠어?"

3주 만에 찾아온 쉬는 날이었다. 그의 몸 관절은 여전히 딱딱하다. 머리카락은 여전히 정돈되어 있지 않다. 주인아줌마가 떠나고 난 뒤 2분 후에 걸려온 전화였다.

"출근하겠습니다."

자신의 아비와 어미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덜 괴로울지 모른다. 시장에 가서 따뜻한 국밥을 점심으로 먹고 싶었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언제로 다시 미뤄야 할지도 분명치 않다. 그에게 쉬는 날은 하루가 다 가고 진짜 쉬었다 생각이 들 때다. 한 달 뒤일 것이다.

그는 다시 더운 주방이 있는 식당으로 간다.

그녀는 전화기를 들어 그에게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전화기를 두고 왔기 때문이다. 아래층 할머니가 그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에 앉은 그녀는 다시 일어나 걷는다. 저녁에 육개장을 끓일 계획이었다. 그녀는 좋은 파를 찾고자 했다. 시장 안을 걷는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는다.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왔다.

동대문 바이권에 가면 그녀를 볼 수 있다. 12시부터 8시 사이에 그녀가 있다. 옷들 사이로 그녀의 조그만 얼굴을 볼 수 있다. 흰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을 때도 있다.

추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대구로 가지 않기로 했다. 엄마는 그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전화한다. 그러지 않을 뿐 그건 그녀의 아빠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서로 대화하는 일이 드물었다.

"설날에 갈게. 요즘 물건도 계속 들어와서 힘들어."

돈을 부친다. 엄마가 음식을 장만하도록 말이다. 그런 체계가 갖추어진다면야 조리보조를 채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의 경제적 능력은 그녀에게 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여유가 없다. 그녀는 그것이 시간인지 마음인지를 알지 못한다.



민석은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기어코 그의 몸에 안기고 만다. 발뒤꿈치에 힘을 주어 팔로 감으며 그의 고개를 숙이도록 한다. 더 무거운 것은 무엇인가. 사랑인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가지고 온 짐 꾸러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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