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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Aug 30. 2023

Mos Def, 또는 아무 좋은 음악이나



며칠 전 출근 길 버스를 기다리다 쾅 하는 소리를 들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오토바이 한 대가 부서지는 모습이 보였고 한 남자의 몸이 격렬히 흔들리는 것을 봤다. 큰 일이 일어났다. 내게 큰 갈등이 인 순간이었다. 버스는 곧 도착하고, 그렇지만 나는 지금 그곳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오토바이와 충돌한 차량의 운전자가 전화기를 든 채 걸어 나왔고 나도 폰을 귀에 갖다대며 서서히 걸어갔다. 큰 도로에서 차들이 멈출 듯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고 어느덧 난 그가 누운 곳으로까지 왔다. 내겐 너무도 두려운 순간이었다. 어두운 밤 끔찍한 광경을 목격할까, 과연 내가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119에 전화를 건다.

"거기가 금샘도서관 앞이 맞나요?"

금샘도서관 앞에는 작은 도로가 있고 밑으로 한 칸 더 내려와야 큰 도로가 있는데, 나는 오토바이 사고가 일어났다고 했고 SK 아파트 앞 큰 도로라고 말했다. 아니, 핸드폰 위치를 추적하면 될 일이 아닌가 답답한 마음이었다. 1초가 급한 상황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위치를 물어오니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나는 그저 더 말할 힘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은 아무 말도 못 할 듯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힘없이 네라고 대답한다.

소방서에 근무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사람들은 보통 그런 상황에서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통화가 끝난 뒤 구급차가 도착하고 버스에 올라 핸드폰을 보니 문자가 와 있었고 긴급 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폰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여러 건 도착해 있었다. 단지 난 당장 구급차가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기적이라도 일어나기를 원했던 것이다.

"괜찮으세요?"

운전자였는지 지나가던 사람이었는지 알지 못했지만 한 여자가 다가와 물었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거칠게 숨을 쉬며 힘겹게 대답했다. 네라고. 피는 보이지 않았고 머리도 다치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왼쪽 가슴을 움켜쥐며 크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구급차 오거든요 조금만 버티세요. 정신 잃지 마시고요."

그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두 손은 인간의 무기력함을 나타내는 것일까. 옆에 있던 여자는 운전자의 떨어진 지갑을 주워왔고 우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한쪽 팔을 내 가방에 기대어 놓고 있던 운전자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했다. 오래 전에는 실패했다 생각했던 일을 이제는 성공하자는 마음 뿐이었다. 순간 그는 눈을 감을 듯했고 나는 그렇게 말했다.

"눈 감지 마시고요."

그러자 그는 눈을 번쩍 떴다. 무엇이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 닿기만을 바랐다. 운전자의 상태를 지금도 알지 못하지만 구급차가 도착하는 순간 버스가 도착했고 곧바로 뛰어 올라탔다.

사고가 난 장소는 유턴 구간이라 그런 사고가 일어난다. 고등학교 때는 중학교 때 친구가 비슷한 위치 비슷한 상황에서 사고를 당했고 오토바이에 함께 탄 아이는 죽었다. 그의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큰 충격에 빠진 모습도 봤고 그때 생각이 났다. 벌써 20년이 흘렀다. 그러나 사건 사고는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나는 조금 달라졌다. 조금 더 용기 있어졌고, 그럼에도 나는 기적을 일으키지 못한다.

몇 분 동안이었지만 도로 한가운데에서 본 그곳 풍경은 낯설기만 했다. 사람들은 보통 그런 곳에서 두 발을 딛고 있지 않으니까. 하나같이 속도가 느려지던 차들의 모습을 보며 세상이 달라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버스는 힘차게 달려 20분 만에 양산으로 도착한다.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한 그 아이는, 언젠가 스치듯 봤던 그 아이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어른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안다.

도로 앞에 있던 대형마트는 문을 닫은지 오래고, 그러나 새로운 모습으로 더 높이 솟아오를 것을 암시하며 건너편 아파트 주민들과의 갈등을 예고한다.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나는 햄버거 하나를 사 버스에 올라 그렇게 출근길에 올랐다. 또 내일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https://youtu.be/JlSsbNc0_u0?si=mC4cvxEKmDsYsv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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