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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Sep 02. 2024

불고기로 밥을 먹는다


그가 우설정식을 먹을 때 난 과연 그걸 먹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조금 있으면 먹는다. 명절이면 집에서 하는 산적과 탕국이 바로 그 조합에 가까웠다. 거기다 젓갈까지 더해지니 그 우설정식과 완전 비슷한 구성이었던 것이다. 서로 다른 재료들이었지만.

유튜브 채널을 진짜 구독자 수까지 파악하며 볼 수 있는가. 이미 알고리즘을 통해 그 채널과 연결된 후였다. 센다이에 사는 한 남자.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일본의 일상적 문화 먹방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게 됐다.

도쿄 일류 스시집 탐방 영상들은 보고 있으면 약간 시샘하게 돼 많이 보지 못한다. 어떤 유튜버는 한국과 비교하며 신경까지 건들이니.

일본인에게는 자부심이었을 문화 스시. 한 끼 몇 십만 원 하는 그 연주회 같은 코스 요리는 그 나라에서도 돈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같은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가 하나의 기폭제가 되었던. 일본 고유의 문화를 미국인이 경험하는 장면으로 이 나라 사람들도 점점 그 문화를 쫓게 된다. 수많은 유튜버들 이전에 내가 오마카세를 처음 접한 건 EBS의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난 친일파가 아니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보고 느끼는 건 나 자신을 보게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내가 일본 문화에 푹 빠졌나 미국의 영향력에 휘둘리는가 의심해볼 필요는 있었다. 당장 유튜브는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었으니 말이다. 난 EBS로 처음 접했다 주장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 영향력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EBS는 Educational Broadcasting System의 줄임말이니.

텔레비전 방송보다 유튜브보다 더 흥미로운 세계는 내 사는 세상이었다. 난 이 도시에서 먼저 일본의 흔적 또는 미국의 영향 같은 것들을 느꼈다. 부산에도 큰 미군 부대가 존재했다. 지금은 용호동에 배를 정박하고 며칠 있다 가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그땐 지나가는 미군 트럭을 보며 손을 흔들어 대곤 했다. 그때 그 시절로.

덩치는 나보다 훨씬 크지만 이젠 그들과 친구가 되는 사이. 내가 그만큼 자랐으니 당연한 일일까. 미국인들을 처음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달랐던 그 감정. 처음 일본인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 혹은 그 신비로움은.

끝까지 가고 싶지 않은 건 사자 등 맹수들이 우글대는 아프리카 땅으로 가야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을 때 세계는 얼마나 그 국가에 주목했던가.

이 나라가 트럼프를 초대하든 해리스를 초대하든 곧 방한하게 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더 주목받을 존재로써 온다. 거리에서는 한창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때마침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본격 수사하는 등 차가운 공기가 더 팽창한다. 누가 옳고 누가 틀리며 누가 진실에 더 가까운 존재로써 머무르는가.

여전히 국가 주권을 국민에 맡길 수 없는 자들의 싸움은 아니기를. 그렇게 이어지지는 않길.

민주주의의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 뇌에 침투하려는 무언가가 있다면. 언어가 뇌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라는 걸 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쓰는 언어가 변하고 있던. 그 언어가 내 생각마저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인간이 자연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려 할 때. 난 물고기를 볼 때 접시라는 배경을 떠올리곤 했다. 그 모습을 그렸다. 불고기를 보면 그저 밥을 먹고 싶었다. 이건 돈 벌자고 하는 일. 그 뒤에는 거대한 음모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

음모론이 인간 상상력을 자극해 보다 새로운 길을 찾는 힘이 될 수 있을까.


https://youtu.be/TflHj9669II?si=qA6ZxTVUzHj9dS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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