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서울

by 문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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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조감도를 보는 것 같다'


높은 곳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다 난 그 건축물 안에서. 인간이 별 걸 다 만든다고. 사람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그들은 왜 아무렇지 않은 듯 서로를 스쳐 지나는 건지. 인간은 별생각 다 한다. 끝내 아무런 존재들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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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서울에 가면 무조건 지하철만 타고 그 땅 밑 통로들을 수없이 지나다녔는데. 지금은 한창 피곤할 때라 그런지. 술도 잘 안 마시는데, 요즘은 좀 바쁠 때라.

큰 도시 땅 밑 거리에서는 살찐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잘 마주치지 않는 유형의 사람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내 모습이 보기 싫으면 밖에 나가는 일이 참 괴로웠는데, 그래서 번화한 거리에는 그런 사람들이 잘 없는 거라 추측했다. 아무리 봐도 난 별로인데 어떻게 해야 밖에 나가 걸을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아직 실험 중에 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을 끝까지 추구하는 일을,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 일을. 거리에는 변수가 너무 많기에. 아직도 난 연습 중이다. 그러기에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장 좋은 무대임에는 틀림없는데. 사람들은 모두 연기 중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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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릴 때 난 밤 깊은 마포 종점이라는 노래 가사를 들어 그게 아주 먼 곳이라는 걸 짐작했는지도. 그렇게 서울의 끝은 더 밀려나는 중이었는데. 수색역을 사이에 둔 두 동네의 분위기가 좀 다르다는 생각을. 처음 가본 동네였는데 여긴 정말 변두리였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창문 밖으로 월드컵 경기장이 보일 때는 꼭 환호할 듯이. 2002년, 그때 사람들은 정말 꿈을 꿨는지도. 꼭 이루어질 거라고.

이 나라는 이제 잘 사는 나라가 됐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축구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듯 이제 남일이 아닌 게 됐다. 그토록 치열한 경쟁 속에 있음을. 그럴수록 안은 더 시끄러워지고 분란으로 가득 차고 만다.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어도 아무 생각도 없는 듯 창문 밖만 본다.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렇게 멍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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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면 멍 때리게 되니까. 나중에 더 제대로 싸우려면 그런 시간도 가져야 한다. 잘 모르겠다. 정말 그럴 수는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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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미국에 있는 기분이. 안 가봤지만. 부산에 살아 늘 서울이 부럽기만 한 건 아닌데 가로수길 랄프 로렌 매장에 들어갔다 부산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복점이라도. 진짜 잘 만든 옷을 파는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런 곳에는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 많지만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 도시에 있는 사람들만이 멋진 건지. 가끔 한 두 명 눈을 마주치면 가슴이 뛰곤 했지만. 진짜 모르겠다. 그게 어떤 건지. 그저 동물적인 감각일 뿐이라고. 랄프 로렌 옷이 정말 잘 만들어진 것인지, 그 분위기가 왜 그토록 매력적인 건지. 사회적 동물의 감각일 뿐이라며.

동물 가죽으로 된 옷 가까이에 가면 더 흥분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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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남문교자는 거의 기억으로 다시 찾아간 집. 그때랑 맛도 똑같았던. 난 그런 게 서울 음식 같다 여긴다. 뽀얀 고기 국물과 만두. 평양과도 가까운 듯한. 그리고 맛있는 김치.

또 광화문집 김치찌개는 진짜 수요미식회에 나오기도 전에 본능으로 찾아낸 식당이었다. 허름하면 50%다. 진짜 맛있거나 당장 나오고 싶거나. 난 본능에 기반한 확률을 믿는다.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은 늘 반반이듯. 사람들은 늘 그 경계에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로 가거나 아니거나. 그곳에서 실패를 맛보거나 지금 내가 있는 곳에 그냥 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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