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의 실체

by 문윤범

https://youtu.be/Xwmqfl7WzRw?si=DtR_mQlGMrDdSbsr


그가 몇 마디의 증언을 하고 다시 의자에 등을 기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따라 등을 기대었다. 그리고 한숨을 쉰다. 저런 국가 인력을 이런 일에.. 하며.

군인의 모습으로 출근하는 아버지가 멋있어 따라 군인이 됐다는 그는 국가안전기획부로 들어가고 국정원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리고 해외에서 블랙요원으로 활동하며 큰 공을 세우는데. 그 일로 블랙요원 중 처음으로 그가 국정원 간부가 되었다는 말이 전해지고.

그는 이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서 있었던 듯하다. 대충 그런 분석이 가능했다. 그냥 조용히 지냈어도 별 문제 없었을 사람 같은데 이젠 이런 개싸움판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국가를 위해 싸우고자 했던 이가 이젠 한 명의 증인, 국가 내란 사태를 파헤치고 누가 죄를 지었냐 짓지 않았냐 가리는 상황 속으로 들어오고 만 것이다.

이젠 언론 인터뷰에도 나서고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온 국민에 알리며 하지 않아도 될 말들까지 하는 상황이 됐다. 좋게 해석하면 이것도 나라를 위한 일. 그렇지만 그가 꿈꿔온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평생을 자신은 보수라고 생각하며 산 사람이라 했는데 이제 그는 보수와 진보가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말한다. 난 내가 어릴 때부터 진보라 생각했고, 그렇지만 그 이념 사상의 민낯을 보고는 큰 회의를 느꼈다는 점에서 반대되는 공통점을 찾으려 한다. 어차피 모두 살기 위해 그러는 것이었지 않냐며.

폼 나는 코트를 걸치듯 그럴 듯하게 자신을 포장한 민주주의자들을 보며 모두 살아남기 위해 그러는 구나 확신하게 됐다. 난 거리에서 기 죽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지, 그렇게 서로 갈라서게 되지만.

한쪽에서 반대편에 누군가 한 명이 나타나면 그 인간 실체를 파헤치며 싸우기 시작하는데 난 이런 걸 원치 않는다는 듯 등을 돌린다. 이런 싸움은 의미 없다고.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그렇게 바깥에서 안을 보는 삶을 살며 느끼기 시작했던 건 안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 모습이 어떤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저 바깥을 떠돌기만 하는 나 같은 사람을 어떻게 볼까? 그냥 멋 부리며 사는 사람처럼 보더라고.

멋있는 블랙요원이 조직의 간부가 되고 이제 그들 세계 속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사람이 추한 꼴도 보이고 사는 게 당연한 건데 난 피해만 다녔을까? 총을 숨긴 채 어느 순간 꺼내들 준비를 하는 비밀스런 군인은 그곳에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모두 이빨을 드러내고 상대 목을 향해 달려드는 개들 뿐이니. 우린 그냥 동물일 뿐이었다.

그 개싸움을 얼마나 영리하게 영악하게 해야 하는지를. 그들이 높고 낮은 책상과 또는 다른 여러 책상들에 둘러싸인 책상, 그리고 그 한가운데 의자에 앉은 한 명의 인간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이었다. 이 싸움은 구조적으로 더욱 복잡하고 더 높은 지능을 요구한다는 것을. 앞 저 위에서 누가 말하고 옆에서 누군가 말을 해대고 뒤에서도 공격이 들어오는 이 전투는 분명 총을 들고 싸우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템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총장이 된 윤석열은 훗날 그에 반하게 되고 마치 적이 된 듯 싸우게 된다. 그런 그가 신뢰한, 해임된 뒤 다시 돌아와 국정원 제 1차장이 된 그는 머지 않아 그가 한 일에 대해 증언하며 그가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기가 막히는 건 홍장원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 국정원을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게 그들이 원하는 싸움이고 그 과정에서야 말로 제대로 된 인물을 찾을 수 있다 그런 논리인 걸까. 그들이라는 게 누구인지조차 불분명하지만. 언론인가? 아니면 그들이 쓰는 글을 보고 읽어대는 국민들인 걸까?

한 명의 인간이 이 나라를 바꾸지는 못한다. 우리가 부품이라면 어떤 건 녹이 슬었고 또 어떤 건 유독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할 뿐이라고. 그속 그러므로 점점 더 진화하는 기술을 목격할 뿐임을. 이제 난 진정한 음모론자가 된다. 이 별 인간들을 조종하는 거대한 세력이 지구 바깥에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들을 찾지 않으면 우린 절대로 우리 실체를 알 수 없다고. 그들의 실체를.

그들과 내가 왜 우리여야 하지? 그런 질문 뒤 조용히 사라져 밤 하늘의 별을 보는 것처럼. 내가 떠올릴 수도 없는 별들이 어쩌면 저 하늘에 더 많을지 모른다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65063?s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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