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Burberry를 하고 싶어

by 문윤범


"널 a로 바꿀 수 없어. 난 b가 되겠지만. 그렇지만 우린."


"저 들판을 봐! 보리와 벼가 자랐고 우린 곧 수확할 거야. 저 땅에 뿌려진 눈물, 슬픔의 씨앗들을. 그들 몰래 심어놓은 새 생명들을."


물 흐른 길을 통해 그들이 다녀간 흔적을 목격했고 난 사진 찍어두었다. 어디로부터 온 거지? 왜 온 것일까? 누군가는 불가사의라 한다. 풀어 해석할 수 없는 길고도 긴 뱀과 같은 것이라고. 그 뜻을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얼굴을 떠올렸고 그 얼굴 위에는 큰 점이 있을지 몰라. 아마 믿지 않겠지만. 아무도, 그 누구도.

흰 종이 위에 그 얼굴이 그려지면 다들 놀랄 테지. 가끔 난 내가 사람들 등을 쳐 먹는다는 기분을 느끼곤 했지만, 그래서 그들을 피해 달아나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음에도 멈출 수 없다. 그 자리에 멈춰 서 돌아볼 수 없었음을. 그들이 내 얼굴을 볼 때 그 표정들은 모두 일그러지지 않을까.


하늘을 날던 새가 점점 기울더니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고. 그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났고 공중으로 깃털들이 날렸고. 난 귀를 막는다. 끝까지 그물체로부터 시선을 떼어내지 못함에도 모두 지워버릴 듯했다. 그 기억을 없애려 그랬던 건 아닐까? 그곳에 만약 날 움직이는 존재가 있었다면.

그들은 모두 잊어버리지.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본 걸 부정하듯 엉뚱한 소리들을 해댄다. 하늘을 나는 게 있다고? 난 본 적 없어!


https://www.youtube.com/watch?v=wR3xNqjsLE8


죄지을 수밖에 없던 자들을. 튀어 지울 수 없는 자국들이 묻은 옷과 신발을 신은 자들을. 그들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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