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

by 김승민


초신자 시절, 나는 하나님께 기도함으로써 바라는 것들을 이루고자 했다. 신앙을 힘입어 기존에 꿈도 꾸지 못했던 목표를 꿈꾸고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도가 이루어졌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때의 나는 기도에 응답받지 못하는 이유가 실력이 부족해서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내가 큰 죄를 지어서’ 혹은 ‘기도가 부족해서’, '하나님께서 원치 않는 길을 걷기 때문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작 열심히 해야 할 일에는 집중하지 못한 채, 회개를 가장한 자기 학대의 신앙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자 실력은 쌓이지 않았고, 하나님께 요구해야 할 것들만 잔뜩 늘어갔다. 결국 실패의 경험만 남고, 그 속에서 나의 신앙은 무의식적으로, 점점 요행을 바라게 되었다. 마치 신입 요리사가 총 주방장이 되겠다고 하지만, 노력은 하지 않고 기도만 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1년, 2년이 지나도 응답이 없다고 느끼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그런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가? 신앙의 연차가 쌓였다면, 나는 거의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순리를 거스르시지 않는 분이기 때문이다. 신입 요리사가 총 주방장이 되려면 반드시 실력과 경험, 체력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서도 그 단계를 건너뛸 수 없듯, 하나님께서도 그 과정을 생략하지 않으신다. 그게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런 기도에 응답해 주신다. 내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다다르게 하는 힘을.


즉, 총 주방장이 되기를 기도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 고된 근무를 견딜 체력, 실패를 감당할 인내심을 주신다. 그것이 곧 기도의 응답인 것이고, 우리가 기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하나님께서 단번에 총주방장으로 세우지 못하실 이유는 없다. 다만 어린아이에게 칼은 위험한 도구지만, 요리사에게는 장비가 되듯, 자신이 아직 '칼'에 미숙하기에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주시지 않는 것이다.


결국 하나님께서 주시는 응답은 ‘성공의 지름길’이 아니라,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힘과 성숙의 기회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도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직장을 얻게 해 주세요”, “결혼하게 해 주세요”, “갖고 싶은 것을 갖게 해 주세요”라고 간절히 구하면서도, 정작 그 길을 향해 한 걸음도 내딛지 않는다. 이런 패턴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실패의 경험만 쌓으며, 결국 요행을 바라는 신앙으로 흘러가 버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그 사람에게 아직 그 시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머물게 하시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나님은 각 사람의 속도에 맞춰 일하시고, 그 기다림 속에서도 성장의 씨앗을 심으시는 분이 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침묵의 시간 또한,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방식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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