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길

by 김승민





20대에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계획하신 '삶'을 찾겠다는 마음이 내 삶에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사고방식과 제한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일을 멈추고, ‘하나님께서 내 삶을 이런 식으로 인도하셨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품으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꿈을 좇아 걸어가는 동안 얻은 결과들은 남들에게는 스쳐 지나칠 만한 작은 일들이었지만, 내게는 그 무엇보다도 값진 열매였다.


감사하게도 내 주변에는 유복하게 자라 많은 것을 이룬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그들의 삶을 동경했고, 그들이 그리는 꿈을 함께 꿈꾸었다. 어느새 그들은 하나둘 자신의 목표를 이뤄갔고, 나는 내가 바라던 순간들에 닿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내 꿈은 거창하지 않았다. 아파트에 살아보기, 결혼해 보기, 해외에 나가보기 등. 아마 내가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말에 위로를 받았던 이유는, 현실을 잘 알지 못했고 기회가 적은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그 친구들과 만나 과거를 회상할 때면, 그들도 과거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편안하게 살아도 될 삶을 내려놓고, 자신이 믿는 꿈을 좇아 달렸던 그 여정이 그들에게도 쉽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도, 그들도 결국 같은 마라톤 풀코스를 뛴 것이다. 다만 그들은 러닝화를 신고 잘 닦인 아스팔트를 달렸고, 나는 맨발로 질퍽한 시골길을 달렸을 뿐이다. 이것은 비교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달린 길이 달랐을 뿐, 누구나 각자의 코스에서 숨이 차도록 달리고 있었으며 그 과장에서 서로 다른 것들을 보고 듣고 배웠다는 것이다.


신앙의 유익 중 하나는, 마라톤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처럼, 나에게도 ‘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는 것이다. 비록 부스터도, 영양제도, 러닝화도 없이 진흙길을 달리느라 수없이 넘어지고 다쳤지만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지키셨고,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난이 유익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몸으로 배운 것이다. 즉, 하나님은 내가 노력해서 어떤 결과를 얻도록 돕는 분이 아니라, 그 노력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기 원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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