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씨의 만물상점 #3
어서 오세요, 성수 씨의 만물상점입니다.
오늘 꺼내놓을 이야기는, 제 삶의 가장 치열했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가슴 깊이 간직했던 이야기 하나입니다.
중년을 정의하는 말 중에 '샌드위치 세대'라는 표현이 있지요. 위로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아래로는 아직 품 안의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세대. 그 정의가 바로 저의 이야기였답니다.
저의, 이야기를 들어 보실래요?
[첫 번째 겹, 아들의 꿈]
우리 부부의 양육 원칙은 단 하나였어요. 아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지지해 주는 것.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는 야구에 흠뻑 빠졌고, 저희는 기꺼이 그 꿈을 응원했지요. 아이는 재능도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선수의 길로 들어섰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처럼 녹록지 않았어요. 중학교 시절부터 잦은 부상이 아이를 괴롭혔고, 밝았던 아이의 내면도 점차 어두워졌습니다. 고3 때 찾아온 결정적인 십자인대 파열은, 아이의 꿈에 마침표를 찍게 했지요. 아이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때 저희 부부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강인한 모습을 보였지만, 실은 저희 마음도 함께 부서지고 있었답니다. 아이의 인생을 위해 했던 선택이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니었을까, 죄책감과 자책이 파도처럼 밀려왔지요.
[두 번째 겹, 부모님의 시간]
숨 돌릴 틈도 없이, 양가 부모님께서는 번갈아 아픔의 시간을 보내셨어요.
친정아버지는 대장암 투병을 시작하셨고, 이미 어머니를 여읜 저에게 간병은 오롯이 제 몫이 되었답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병간호에 매달렸어요. 약 6개월간의 시간이었죠.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몇 년 후에는 시아버님께서 낙상으로 큰 사고를 당하셨어요. 맏며느리인 저 역시 당연히 간병을 도와야 했지요. 약 10개월간의 시간은, 엄청난 체력과 감정의 소모를 동반했답니다.
훗날 시아버님은 제게 말씀하셨어요. "고맙다"
의무감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그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지요. 시아버님을 보내드린 그해, 저는 많이 아팠습니다. 제 몸이 보내는 마지막 적신호였던 거예요.
[세 번째 겹, 나를 보듬는 시간]
40대 이후, 자녀 문제와 부모님 간병이라는 파도 속에서, 정작 저는 제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요.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모른 채, 그저 '괜찮아지겠지'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냈답니다.
그 치열했던 돌봄의 여정이 끝난 뒤에야, 저는 아주 중요한 진실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텅 빈 그릇으로는 아무것도 채울 수 없듯이, 내 마음이 먼저 건강하고 평온해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을요.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 무엇보다 먼저 보듬고 살폈어야 할 것은, 바로 저 자신이었음을.
시들었던 제 마음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일.
그것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위한 가장 지혜로운 돌봄의 시작일 겁니다.
당신은 오늘, 당신 자신을 얼마나 돌보셨나요?
저희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https://brunch.co.kr/@e4195875ebe247f/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