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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람은 이제 '회사 지옥'에서 웬만한 빌런들의 패턴을 꿰뚫는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레이더에 포착된 이번 빌런은 다름 아닌 '자격지심 부장'이었다. 때는 김다람이 아직 이사로 승진하기 전, 차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당시 한 차장과 함께, 매일 아침 터지는 부장의 '아무튼 불만' 폭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새벽 5시, 김다람 차장은 여느 때처럼 미라클 기상을 했다. 빡센 새벽 운동으로 상쾌하게 몸을 풀고 회사에 출근했다. 탕비실에서 물을 따르고 있는데, 뒤에서 그 '자격지심 부장'이 나타났다.
"야, 김차장. 너 출퇴근 기록이 그게 뭐야?"
다람은 빙그레 웃으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출퇴근 기록은 늘 완벽했으니까.
"야, 너 출퇴근 기록 한 소리 들을 거 같은데? 맨날 그렇게 칼같이 시간 맞춰 출근하면 어떻게 해?"
다람은 무심하게 되받아쳤다.
"부장님이나 잘 찍어요. 본인은 늘 9시 5분, 10분, 가끔 20분도 넘어서 찍으면서요?"
보통 회사에서 출퇴근 기록 지적질은 어지간한 상황 아니면 금기였다. 아니, 누가 봐도 '출퇴근 기록'에 문제가 있는 건 김다람이 아니라 그 부장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한 불만이었다.
"야, 네가 감히 뭔데 나한테 출퇴근으로 지적질하는 거야?"
다람은 대꾸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연이어서 지속되는 말.
"야, 너 회사에서 너무 밝은 척 하는거 눈꼴 셔. 성격도 그지 같은게!"
'어이 털림.' 같이 듣고 있던 나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김다람 차장은 어지간하면 사무실에서 늘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어쩌다 활짝 웃는 거 가지고, 그리고 30분도 안 되는 시간을 왜 저렇게 닦달하는 걸까?
그러던 중, 다람은 사무실에서도 큰 소리 내는 부장을 보고 쏘아붙였다.
"시끄러워요, 입 닥쳐요.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고 그래요?"
듣고 있던 박 이사(이전 에피소드의 '박쥐 이사'가 된, 하마 이사의 유일한 반려동물)가 안 되겠다 싶은지 둘을 중재했다.
"워워, 아침부터 큰 소리 내지 맙시다!"
한 차례 지나갔나 싶었더니, 부장은 또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야, 너처럼 그렇게 활기차면 네가 20대인 줄 아니? 나이 생각해. 너 그렇게 활기차지 않아도 돼."
가만히 듣던 다람은 나직이 쏘아붙였다.
"자격지심 있어요? 사람이 왜 그렇게 베베 꼬였대요?"
그 말에 빡 돈 부장은 결국 주변인들의 제지에 조용해졌다.
일단 부장이 다람에게 자격지심 있는 건 알겠고, '활기참'에 콤플렉스도 느끼는 거 알겠다. 뭘 해도 부러운 거고 그냥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무한 질투심이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왜 아침부터 시비일까?
그러던 찰나, 다람은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일이나 해요. 본인이나 잘하시고, 남 신경 끄시고요."
그랬더니 되받아치는 부장의 말.
"그래! 나도 내일부터 너처럼 일찍 출근할 거야! 그래서 너처럼 활기차게 놀 거라고! 너처럼 태평하게 일하는 거 나도 칼출근해서 할 수 있어!"
'와, 이게 부장 입에서 나오는 대화 클라스라니. 이건 뭐 초등학생 수준도 아니고. 아, 부끄러움은 우리들의 몫인가?' 다람은 속으로 생각했다.
"야, 내 출퇴근 기록이 별로면 공식적으로 건의하라고! 그럼 나도 9시 20분에 출근하겠다고! 그래서 너처럼 일 안 하고 놀 거야!"
다람은 이제 대놓고 부장을 비꼬기 시작했다. 그녀는 부장의 '자격지심'을 건드려, 그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
1. '칼출근'을 '불편한 의무'로 둔갑시키기
다람은 다음 날부터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했다. 5시 30분이 아닌 5시에 출근해서, 사무실에 일찍 온 다른 직원들에게도 활기찬 아침 인사를 건넸다.
"어머! 김과장님!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역시 일찍 나오면 하루가 길어서 좋아요!"
A부장은 다람의 '도발'에 자극받아 억지로 일찍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일찍 와서 할 일이 없었기에, 오히려 '일찍 온 김에 뭘 해야 하나' 하며 더욱 불편해했다. 그의 '칼출근'은 즐거운 루틴이 아니라, 다람에게 지지 않기 위한 '불편한 의무'가 되었다.
2. '활기참'을 '극강의 효율'로 포장하기
A부장이 "너처럼 그렇게 활기차면 네가 20대인 줄 아니?"라고 비꼬면, 다람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장님! 제가 이렇게 활기찬 건, 사실 '극강의 효율'을 위한 겁니다! 아침부터 에너지를 뿜뿜해야 오전 업무를 점심시간 전에 끝내고, 오후에는 여유롭게 다음 날 업무를 준비할 수 있거든요! 부장님도 한번 해보시면 어떠세요? 이렇게 활기차게 일하면 퇴근 후에도 에너지가 넘쳐서 집에서 놀 힘까지 생긴답니다!"
다람은 '활기참'을 '노는 것'과 연결 짓는 부장의 논리를 역이용하여, 그것이 생산성과 워라밸을 동시에 잡는 방법인 것처럼 포장했다. 부장은 '활기참'이 '놀기 위한 에너지'라는 다람의 궤변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3. '잔소리'를 '명예로운 제안'으로 되돌려주기
A부장이 다람의 사소한 행동에 잔소리를 할 때마다, 다람은 그것을 '공식적인 건의'로 승화시켰다.
A부장: "야, 너 병원 자주 가고 니 은행 가는 거 눈꼴 셔. 그럴 거면 반차내고 가!" 김다람: "오! 부장님! 좋은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직원의 '개인 용무'는 무조건 반차를 내는 것으로 공식화하는 건 어떨까요? 제가 인사팀에 공식 건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장님의 '철저한 회사 규정 준수 정신'을 본받아서 말이죠!"
이 말을 들은 A부장은 경악했다. 자신의 사소한 잔소리가 회사 전체의 '빡빡한 규정'으로 이어질 것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결국 그는 "아, 아니…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이라며 말을 더듬었고, 다람의 사소한 행동에 대한 잔소리는 줄어들었다.
4. '자격지심'을 '성장 동력'으로 바꾸기
A부장이 "자격지심 있어요? 사람이 왜 그렇게 베베 꼬였대요?"라는 다람의 도발에 빡 돌았을 때, 다람은 그의 분노를 이용했다.
"부장님, 제가 드린 말씀에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부장님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솔직한 피드백'이 부럽습니다. 사실 저도 부장님처럼 모든 것을 직설적으로 말할 용기가 부족하거든요. 부장님께서 보여주신 '정면 돌파 정신'을 본받아, 저도 이제부터 불편한 점이 있으면 숨기지 않고 바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람은 A부장의 '자격지심'을 '날카로운 관찰력'과 '솔직함'으로 치켜세웠다. 그리고 그에게 '정면 돌파 정신'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씌워줌으로써, A부장이 자신의 단점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도록 유도했다.
물론, 이로 인해 A부장은 다람에게 직접적인 불만을 말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정면 돌파 정신'을 가진 자신이 '감히' 동료에게 칭찬받은 부분으로 공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몇 달 후, A부장은 여전히 '프로 불편러' 기질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지만, 그의 공격 방식은 훨씬 세련(?)되어졌다. 그는 더 이상 주말에 어그로를 끌지 않았고, 다람의 출퇴근 기록이나 활기참에 대해 대놓고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 때때로 '내가 내일부터 정장 입고 올 거야!'라는 투의 의미 없는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김다람 차장은 그렇게 '자격지심 부장'을 혼쭐 내주며, 그녀의 '꼰대 교정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녀는 빌런들의 가장 깊은 내면의 욕망과 콤플렉스를 파고들어, 그들이 스스로 변화하게 만드는 기적을 이뤄냈다.
오늘도 회사 지옥의 어딘가에서, 김다람은 또 다른 '프로 불편러'를 찾아 나서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맞춤형 카운터' 작전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