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은 금세 흙탕물이 남실남실
온몸에 힘을 주고 조심조심
발 앞부리에 힘을 주어 살금살금
눈앞에 집을 두고 마주한 마지막 갈림길
넘실대는 물 위로 수줍게 드러난 돌
사뿐히 밟고 껑충
양말이 살았다
운동화를 건졌다
짜릿한 웃음이 번진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아름다운 두메산골이다. 버스 한 대라도 지나가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먼지를 흠뻑 뒤집어쓸 정도였으니 마을 안으로 이어지는 길들은 당연히 흙길이다. 갑자기 비라도 쏟아지면 길은 금세 불어난 물에 남실거리기도 하고 경사로를 따라 물길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즈음 되었을 때 큰길엔 아스팔트가 깔렸고, 마을 길은 시멘트 길로 바뀌었지만 집마다 들어가는 작은 길들까지 모두 시멘트 길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래서 비가 내리면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진흙탕으로 변했다.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나는 물이 튀지 않게 조심조심 운동화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게 살금살금 걸었다. 시멘트 길이 끝나고 이제 집으로 들어가는 길만 지나가면 된다. 약간 비탈진 길 위로 물이 흘러내리고 저만치 땅이 보인다. 저 땅만 밟으면 양말도 운동화도 젖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길이가 한 폭보다 조금 넓어 도저히 뛸 수 없다. 그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물길을 헤치고 빼꼼히 올라온 돌이었다. "앗싸!" 나는 주저 없이 돌을 밟고 물길을 건넌다.
지금 돌아보니 내가 발견한 돌은 물이라는 위기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해 준 징검다리가 되어 주었다. 세상엔 많은 돌이 있고 그 종류만큼이나 역할과 쓰임새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돌은 사람을 이동시켜 주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고, 건물의 기초를 받치는 주춧돌의 되기도 하고, 연월일을 새긴 머릿돌이 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걸려 넘어지는 걸림돌도 있다.
나는 요즘 내 삶을 조명해 보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자문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유는 당장 내 삶의 반경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남편, 자녀, 동료, 내가 만나는 아이들과 스치고 지나가는 만남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까지.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되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연약한 인간임을 인정하고 올가미가 아닌 자유함 안에서 기꺼이 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되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