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극복기 2

강아지 돌보듯, 나를 돌보기

by 이로브

우리 집에는 두 명의 사람과 8살 된 말티즈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요즘 나는 말티즈를 돌보듯, 의식적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강아지의 기분이 어떤지, 간식만 지나치게 먹고 밥은 소홀하진 않는지, 산책 시간은 충분한지 살피는 것처럼,

건강한 음식들을 내게 먹였는지 아닌지, 나의 건강한 신체를 위해 무얼 했는지 체크한다.




예전에는 어땠냐고? 의식적으로 체크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어서 모르겠다. 아무거나 먹었고, 하루 이틀 전 뭘 먹었는지는 기억이 날 리도 없다.


일하고 걷고 운전하는 것 말고는 건강을 위한 신체 활동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해 보고, 하루에 한 가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다.


별 대단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중 하나는 반신욕.


반신욕을 하면 생각이 정돈되는데, 때로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이 잘 되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마침 집에서 도보 5분 거리에 깔끔한 목욕탕이 생겼길래 정기권을 끊었다. 집에 욕조가 있지만 물 받고 물 빼는 수고로움이 나의 의지보다 점점 커질 것을 알기에, 비용을 지불하는 쪽을 택했다.



또 하나는, 지금처럼 무언가를 쓰는 일.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학교 숙제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는 '모란을 닮은 아이'라는 제목의 소설도 썼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성장이 더딘 아이의 이야기였는데, 모란이 흐드러지케 핀 5월, 엄마의 심부름을 하러 수퍼마켓에 갔다가 처음으로 '제대로' 거스름돈 받기에 성공한 이야기다.


아마, 그 시절, 12살의 소녀였던 나는 전보다 한 뼘 자란 아이의 모습을 봉오리에서 꽃을 피워낸 모란에 투영하고 싶었나 보다.


부끄럽지만, 심지어 나는 국어국문학과 전공자이기까지 하다.


글을 쓰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한글자도 안 쓰기 시작한 10여 년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는 쓰고 싶을 때 쓴다.


내게 찾아 온 가장 반갑고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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