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치료가 삶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막을 수 있을까?
그냥 하루였다. 너무 평범해서 기억조차 남지 않을 날.
갑자기 숨 쉬기가 너무 힘들어지면서 눈물이 났다. 나름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난 이 우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허탈했다. 동시에 견딜 수 없는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마치 '넌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어'라고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졌어. 주변에서 다들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했지만 아니었어. 네가 이겼어.
그럼 어떻게 가야할까. 강한 충동에 휩싸여 세상을 떠날 방법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때,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우울하지 요즘?"
그 말에 또 펑펑 울었다. 티 안 내려고 했는데 어떻게 알았냐 물어보니 잠을 유독 많이 자는 게 이상했단다.
언니의 전화가 날 살렸다. 그 날 언니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내가 무슨짓을 했을지 모르겠다.
다음 날 병원에 찾아갔다. 요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나? 유독 대기가 길었다. 병원을 둘러보다 눈에 띄는 책자를 발견했다.
'기존 약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를 위한 중증 우울 치료제:스프라바토'
해당 책자에 따르면 스프라바토는 기존 항우울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사용되며, 치료 후 자살 충동이 크게 감소한다.
정말 스프라바토가 날 구해줄 수 있을까? 인터넷 후기를 찾아보니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효과가 너무 좋아 우울증을 앓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던 반면,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후기, '우울증을 앓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죽고싶다는 생각이 안 드니 머리 속이 너무 깨끗해요.'
내가 가장 바라던 일이었다. 매일 같이 머리 속을 헤집는 부정적인 생각, 죽고싶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거...이 병을 앓기 전의 나처럼 환히 웃는 것...
긴 기다림 끝에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도 긴 시간 동안 약물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만큼, 스프라토 치료를 적극 추천한다고 하셨다.
다만 가격대가 비싸서 많이들 하는 치료법은 아니라고 하셨다. 얼마길래...? 무려 1회 치료에 80만원.
보통 8회차를 끝내면 환자 50%는 완치된다고 한다. 일주일에 2번 치료 권장이다. 일주일에 160만원, 한 달 최저임금과 비슷한 금액을 태워야 한다.
고민해보겠다고 한 뒤 병원을 나섰다.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졌다.
한 편으론 스프라바토 치료를 하고 이 지긋지긋한 우울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그 정도로 가치있는 인간일까? 라는 의구심도 피어올랐다.
우울증이라는 낙인을 찍혀 기존 업계에서 일도 못하고 매일같이 죽고싶다고 생각하는 내가. 그 비싸다는 스프라바토 치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건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