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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Feb 17. 2021

반성할 수 없는 악플러들

인식의 오류, 그리고 가치관 혼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그 누구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눠보지 못했던 가수가 있습니다. 사이버 가수 '아담'이 그 주인공입니다. 가상세계에만 존재하는 인물이었기에 현실에서 만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눈부신 속도의 IT, 더디고 더딘 인간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 속 개념이었던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일상이 됐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대부분의 일들을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외부에서도 집 안에 있는 가전제품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기계 하나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간단한 문서 작성을 하는 등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죠.


인터넷이 상용화된 초창기만 해도 이 개념은 우스갯소리에 불과했습니다. 누구도 단시간에 이를 현실화시킬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인간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빨랐으며, 우리 삶을 여러모로 변화시켰습니다.


그러면서 도덕 혹은 윤리의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교과서에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지만, 시대와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인간이 차마 쫓아가지 못해 벌어지는 비윤리적인 현상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상세계와 현실 모두에서 기이한 사건, 사고들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오염된 커뮤니케이션과 악플 역시 연결선상에서 볼 수 있는 현상 중 하나입니다.


악플러들이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양상을 보면 꼭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투정 부리고, 짜증 냅니다. 자신의 불편함을 알아달라는 듯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울부짖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관심을 받으려 합니다.


이들이 검거됐을 때 '범죄인 줄 몰랐다'고 하는 건 어쩌면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정말 몰랐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악플러들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연관성 혹은 구분이 일반인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치명적인 인식의 오류

그들이 악플을 달 때는 '난 걸리지 않아'라는 생각보다 '온라인인데 대수냐'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합니다. 온라인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현실 속 자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무의식을 지배하는 겁니다. 이에 기인해 일탈이 반복되면 극히 자연스러워지고, 당연해집니다.


IT가 일상에 접목되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가상세계와 현실은 엄연히 구분됐습니다. 사이버 세상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죠. 사이버 가수 아담처럼 말이죠. 오로지 온라인에서만 존재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의 상황은 다릅니다. 온라인에서 투입한 역량이 고스란히 현실로 당도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쇼핑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죠. 우리는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무형의 상품'을 탐색합니다. 직접 보거나 만져볼 수도 없는 데이터에 불과하지만, 판매자가 제공하는 자료에 근거해 구매를 결정합니다. 이후에는 무형의 데이터는 유형의 상품이 돼 집 앞에 당도합니다.


매우 익숙한 이 과정을 보더라도 우리는 가상공간에서의 언행이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염된 커뮤니케이션을 일삼는 이들은 이 일반적인 인식을 하지 못합니다. 과거 그 시절의 개념에 머물러 있는 겁니다.


그들 상당수는 가상세계와 현실이 절대적으로 분리돼있다고 여깁니다. 전혀 다른, 독립된 공간으로만 인식을 하는 거죠. 과연 악플러들이 온라인에서 하는 말을 현실에서 똑같이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불가능할 겁니다. 이런 인식의 오류가 있기에 그들은 가상세계에서 거침없이 범행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악플러들이 활동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를 겁니다. 누군가는 현실에서의 억압을 쏟아낼 방법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단순히 재미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남길지도 모릅니다. 한창을 몰입하다가 잊고, 현실로 돌아올 겁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반복해서 오점을 남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고소라는 벽 앞에 서게 됩니다. 그제야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내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구나'라는 탄식과 함께 말이죠.


일부 악플러들의 인식 오류로 시작된 오염은 기술의 진화가 빨라질수록,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칠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오염'은 말 그대로 환경 자체를 파괴하는 겁니다.


악플러들의 오염된 행동은 1차적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파괴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타깃으로 삼은 피해자들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온라인 전체에 부정적인 개념들을 양산하기 시작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오염된 환경은 우리의 소중한 가치로까지 손을 뻗습니다.


정부에서 주창하는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삶이 IT 더욱 밀접해진다는 걸 뜻하며, 더 나아가 오염이 훨씬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주변인들이, 그리고 이 사회가 찾아내야 합니다. 일탈하려는 이들의 인식을 바꿔줘야만 합니다. 그들의 오류가 스스로에게, 우리 모두에게 아주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자각시켜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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