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죠죠는 키즈애니메이션인데 유튜브에서 핑크퐁이나 아기상어 같은 동영상을 검색할 때 함께 피드로 뜨길래 한 두 번 보여주었더니, 아이가 한동안 푹 빠져서 보았었다.
디지털미디어 노출이야 늦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우리는 불가피한 이유로아이에게 상당히 일찍 핸드폰과 태블릿을 쥐어주게 되었다. 세상에 불가피한 것이 어디 있냐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에겐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시기가 있었다.
처음 노출했던 동영상은 블루래빗의 동요 동영상이었는데 10분 남짓한 영상으로 익숙한 노랫말과 귀여운 토끼와 동물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핑크퐁과 아기상어도 보여주기도 하고 뽀로로도 보여주었는데 한 두 번 보여주기 시작하니 외출해서 아이가 보채기 시작하면보여주면서 노출 빈도가 늘어나게 되었다.횟수가 늘어가니 걱정되는 마음에 보여주지 않으려 해 보았지만 원칙도 없고 요령도 없어 급하면 다시 핸드폰을 쥐어주고 말 그대로 아노미 상태였다.
그러다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이왕 보여줄 거면 영어 동영상만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저 영어에 조금이라도 친숙했으면 하는 단순한 속셈이었다.
계획대로 진행한 일이 아니다 보니 안정화될 때까지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었다.디지털미디어에 대한 첫 노출은 빨랐으나 아이가 24개월이 될 때까지는 가능한 보여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두 돌이 되기 전까지는 내가 봐도 아이가 너무 어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인터넷이나 TV에서 전문가들이 24개월까지는 보여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24개월이 지나고서는 좀 더 유연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면, 친정에 가면 보여주는 식이었다.
친정에 가는 일이 많아야 일주일에 한 번, 때론 못 가는 주도 많아서 동영상을 보여주는 일이 불규칙했기 때문에 노출빈도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정에 갔을 때 아이가 동영상을 한 시간 정도를 본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질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가 27개월 되던 때 친정 엄마 찬스를 좀 더 쓰고 싶어 친정근처 도보 3분 거리로 이사를 하면서 생겼다. 이사하고 몇 달 동안은 주중엔 거의 매일 친정에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는데 아이가 친정에 가면 동영상 보았던 걸 기억해서 매일 동영상을 보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우리 집에서는 TV를 켜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친정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집에서도 TV를 보고 싶어 했다. TV를 켜지 않으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미 한번 아이가 TV 액정을 깨 먹어 큰돈을 들여 수리한 TV 액정을 또 날려 먹고 싶지 않고 싶었던 것도 있다.
이 시기는 처음부터 어떠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어쩌다 보니 아이에게 동영상을 노출한 이후로 한 두 번 보여주던 것이 일상처럼 자리 잡게 되는 과정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컸던 것 같다. 아이가 동영상을 너무 많이 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는데, 가끔 남편이 아무 생각 없이 우리 애는 동영상을 너무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하면 이유 없이 짜증이 났다.
아마도 도둑이 제 발 저린 심정이었겠지.
그러다 결국 집에서 보여줄 동영상으로 '유튜브 같은 거 말고 다른 것 없을까' 하고 대안으로 찾아낸 것이 '튼튼영어'였다. 작년 초 집 근처 아웃렛 키즈카페에 갔다가 근처 튼튼영어센터에서 받아왔던 팸플릿이 생각났다. 당시에 튼튼영어 수업을 받고 싶었지만, 남편은 한국어도 못하는 애를 무슨 영어냐며 반대했었다. 하긴 '아빠' 정도 말고는 할 줄 아는 말이 없는 애한테는 무리일까 싶어 쉽게 포기했던 기억이 났다.
튼튼영어 규리펜, 매직박스와 책들
나는 그 즉시 당근마켓 앱을 켰고,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꽤 괜찮은 가격에 나온 튼튼영어 책과 교재를 발견했다. 사용법이나 내용도 잘 몰랐지만 대강 우리 애가 봐도 될만하다 싶어서 판매자분에게 채팅을 걸었고, 마침 퇴근하던 남편에게 거래를 해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