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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 Aug 11. 2023

Too big, 너무 커

동영상만으로 영어 발화가 된다고?

많은 엄마들이 상당한 기대와 각오로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지만 중간에 그만두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생각보다 더딘 '아웃풋'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영어로 발화를 시작한다 하여도 처음엔 그저 단어 몇 개, 익숙한 문장 몇 개를 따라 하는 식이니 이게 그저 단순한 모방인지, 여기서 그칠 것인지 혹은 더 나아가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아이에게 본격적으로 영어 동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났을 때 아이가 영어 단어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이후 한 두 가지 문장들을 이야기를 했지만 10개월이 지나가도록 그저 단순 모방이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엄마표영어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정확히는 아이가 영어를 언어로 받아들이고 체득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Too big, 너무 커


"투빅"

하원 후 아이와 색칠 놀이를 하는데 아이가 정적을 깨고 던진 한마디.

"응? 무슨 말이야?" 내가 되물었다.

"투빅" 아이가 다시 말했다.

"응? 뭐라고?" 내가 다시 물었다.

"Too big, 너무 커" 아이가 이번엔 친절히 도 색칠하던 공룡을 가리키며 설명을 곁들어 대답해 주었다.

이날부터 사진을 찍고 아이가 했던 말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2023년 4월 초, 올해 봄의 일이다. 아직도 이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아마도 나는 이 시점 이후로 '엄마표 영어'의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던 듯하다.

나는 나의 엄마표 영어의 시작을 2022년 5월 말 경 튼튼영어를 보여주기 시작한 때라고 생각하는데, 그때부터 약 1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시작으로부터 거의 1년.


우리애는 말도 잘 못하는 아이였는데, 말이 트이면서 영어 발화도 동시에 일어난 케이스이다.

2022년 추석 무렵, 엄마표영어 시작으로부터는 약 5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어느날 튼튼영어 다음으로 들였던 잉글리시타이거의 동영상을 보다가 아이가 영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Red, yellow, blue..."

당시에 아이는 한국말로 빨강, 노랑, 파랑도 말하지 못하던 때였다.


처음에는 색깔을 말했고, 그다음에는 숫자를 영어로 따라 했다.

그다음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장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따라한 문장은 "Where are you?"였다. 아이가 튼튼영어 주니어 1을 재미있게 볼 무렵이었다.

그렇게 하나, 둘 따라 하는 단어와 문장이 조금씩 늘어났지만 그저 단순히 동영상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Too big"이라고 말했을 땐 좀 달랐다.

이제는 아이가 단순 모방이라고 하기에는 어디에서 이 말을 들었는지 단서를 찾기가 어려웠다. 작년 말 즈음부터는 튼튼영어나 잉글리시타이거 같은 교재가 곁들여진 DVD 외에 본격적으로 유튜브 키즈를 통한 애니메이션 시리즈 들을 하나씩 보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단서를 찾는다면 페파피그가 유력했다.


이 날 이후 유심히 아이를 살피며 아이가 하는 말에 귀 담아 듣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는 실생활에서 영어를 재잘되는 일이 더욱 많아졌다. 특히 이 시기에 그랬다.

오죽하면 어린이집에서도 영어로 툭툭 내뱉는 바람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영어를 참 좋아한다고, 참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이후로 아이의 영어 발화는 급진적으로 늘어난다. 어느 날은 달리면서 "ready steady go~"를 외치기 시작하고 어느 날은 숨바꼭질을 하면서 "my turn"이란 말을 외쳤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우쥬 우쥬" 하길래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장난감 아이스크림 카트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며 내게 말했다.

"Would you like some icecream?"


이때 아이가 썼던 표현들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본다.

wee, swish, splash와 같은 의성어

apple, orange, watermelon과 같은 과일이름

ready steady go(jump)

my turn, your turn

too big, too heavy

Be carefull

Sorry

Hello, Hi

Look

Here I am, Here I come

Painting

Would you like to~

Can I have~

What comes next?

What are you going?


수건을 달라고 하면서 "Can I have 수건"과 같이 응용하기도 하고, 어린이집에 가면서 "Where are you going?"이라고 묻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 거 몇 마디 하는 것, 영어유치원에 가면 한두 달이면 다 배운다고 말할 수 있다.


맞다.

영어유치원은 '인풋'에 대한 '아웃풋'이 빠르고 명확하게 나타난다. 그에 비하면 엄마표영어는 느릿느릿 속이 터지기 십상이다. 1년 만에 고작 그 정도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말해줄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매일 영어동영상을 1시간씩 보았을 뿐인데 아이가 스스로 영어를 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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