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차,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근거를 찾는 과정
지난 9주차에 사업자를 냈다. 당시 '아무것도 안하는 게 더 두렵다'라고 썼는데, 정말 그랬다. 두려움은 여전히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제 해야만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이라는 얇은 종이 한 장은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도망칠 구멍이 없다는 느낌. 아이러니하게도 묘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사업자 계좌를 만들었다. 한참을 서류 검토하던 직원분이 급 방긋 웃으며 넌지시 물어왔다. "무슨 유튜브 하세요? 이제 수익 들어오시나봐요. 너무 부러워요"
아, 수익. 아직 내겐 먼 단어일 텐데. 나는 웃으며 "아직 먼 이야기예요~"라고 대답했다. 한편으로는 갑자기 로또에 당첨된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누군가에겐 부러움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지금 만든 이 통장의 잔고는 0이지만, 언젠가 수익이 꽉 찰 날이 올까? 그건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길 '바라기만 하는 사람'에서 '준비하는 사람'이 된 건 확실하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지는 3주 정도 됐다. 이제 갓 구독자 100명을 넘겼고, 마의 2천 뷰 벽을 넘어 1만 조회수를 넘긴 콘텐츠도 두 개나 생겼다.
구독자 두자릿수 때만 하더라도, '이게 되려나?' 싶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더 컸다면, 세자릿수로 바뀐 순간 조금 충격이었다. 내가 만든 무언가를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한다니. 그동안 쌓아온 근거 없는 자신감이 조금씩 근거로 바뀌어가는 느낌이다.
숫자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단위는 달라지고 있다. 10명에서 100명, 그리고 1,000명까지. 이제는 그 다음지표로 성장해나가는 것을 상상해본다.
돌이켜보면 작년 이맘때 쯤부터 파트너와 이야기가 나왔던 앱 출시. 그동안 흐지부지 방치되었는데, 이번주엔 이와 관련된 생산적인 논의를 나눴다. 문제는 서로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 달랐고, 우선순위도 달랐다. 처음엔 예상치 못했던 온도차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차이를 조율해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있었다.
"일단 한 사이클 돌려보자. 더 나은 건 두 번째 사이클에서 해도 된다"
서로가 해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가보는 것이기에, 한 사이클을 돌려보며 감을 익혀가기로. 이 프로젝트는 혼자가 아니기에, 지속적으로 함께 가는 속도와 방향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한 주였다.
이번 달 글쓰기 모임 운영이 끝났다. 이번 기수는 초면인 분들이 많았는데, 뜻밖의 응원을 받았다.
"매번 밝게 맞이해줘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어요. 감사해요"
그 말들이 고마웠다. 나는 모임 운영을 위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걸로 인해 누군가의 하루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그 사실이 꽤 뿌듯하게 다가왔다.
운영 중인 여러 채널에서의 댓글도 마찬가지.
응원이 다음 걸음을 만든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낀다. 구독자 100명이라는 숫자, 긍정적인 피드백, 앱 출시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 혼자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작은 응원들이 모여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
12주 프로젝트도 어느덧 10주차를 지나 11주차를 맞이하고 있다. 아직은 드라마틱한 성과를 내고 있진 않지만, 그럼에도 내겐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이다.
오늘도 노트북 앞에서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미래의 사업이 들어설 자리에 조금씩 기반을 다져나간다.
언젠가 이 시기가 성장통이었기를, 아름다운 준비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지금의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만, 분명 무언가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 애매모호함이 내게 어떤 결과를 선물할지 아무도 모른다. 특히 나도.
독자분들 중, 누군가 역시 막 시작한 어떤 일을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붙잡고 있다면 이 말을 건네고 싶다.
지금은 근거가 없어도 괜찮아요.
오늘 행동한 그 한 걸음이, 언젠가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