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전까지 나의 삶은 치열했다.
첫 아이를 낳고 몇 개월 쉰 걸 제외하곤 결혼해서 이 나이까지 나는 한 번도 일을 놓았던 적이 없다.
남편의 빤한 월급으로는 아이 둘 키우기가 힘들었던 이유도 물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나라는 사람'은 일을 쉬면 병이 날 타입이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소통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는,
혼자서는 밥도 술도 영화도 여행도 하지 못하는 나의 MBTI는 'ESFJ'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들을 챙기고, 저녁 6시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힘든 워킹맘의 생활임에도 내가 17년을 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람 간 소통의 즐거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랜 직장생활 속에서 인간관계에서 상처받고, 또 상사와 부하직원에게 실망하면서,
치이고 까이고 해 오던 어느 날 느닷없이 내게도 '번아웃'이 찾아왔다.
몸은 이미 성한 데가 없었고 마음은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나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나는 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회사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일본 거래처와의 사이에서 수주를 받아 현장과의 일을 중재하는 일을 맡았다. 일은 재택근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회사에 간다.
일단 몸이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두근거림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있듯이, 맘이 허전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E성향이 강한 나는 혼자서 뭔가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라고 하지만,
말이 좋아 'E 성향'이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 멍청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된다.
'혼자서 해외여행을 해보자'
일본 출장은 지금까지 수십 번을 갔지만 늘 동료나 사장이 동행했다.
여행도 가족이나 친구가 늘 함께 했지 혼자 여행은 아니었다.
나 혼자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일단 다행히 언어는 문제가 없다. 그것만으로 된 걸까?
한국에서도 혼자 밥도 못 먹는데 외국에서 혼자 밥 먹고 놀러 다닐 수 있을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일본 '시즈오카'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버렸다.
역시 생각이 많을 땐 저지르고 보는 게 최선!!
가족들에게 혼자 여행을 가겠다고 통보했더니..."거짓말이지? "라고들 한다.
"엄마가 혼자 뭘 한다고? 해외여행을? 하루 만에 돌아올걸 "이라고들 한다.
내가 그렇게 나약해 보였나? 그래 이번에 보여주겠어!!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이거야~!!
왜 시즈오카냐 묻는다면.. 별 생각은 없었다.
흔한 대도시가 아닌 안 가본 소도시로 가보자 하는 생각뿐이었다.
사람이 북적대지 않은 곳, 특히 한국사람이 적었으면 했다.
그래야 진정 혼자 가는 의미가 있을 테니까.
장소가 정해진 이상 파워 J 답게 나는 하나하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다음 회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