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J의 한 치의 오차 없는 계획

by JIPPIL HAN

여행을 다니다 보면 파워 J들이 P들 보다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

이유가 뭘까.

그건 여행지가 그다지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수단은 물론이고 여행지의 모습과 좋은 사진스폿, 맛집, 가격까지 모조리 조사해 준비해 가기 때문에

어차피 집에서 웬만한 사진은 다 보고 와서 여행지에 가도 놀라울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런 노잼 이슈에도 불구하고 J들이 준비에 진심인 이유는 낯선 여행지에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파워 J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내가 준비한 것과 다른 옵션이 추가되거나, 혹은 가려고 했던 맛집이 갑자기 문을 닫았을 때,

날씨변화 등으로 인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바뀌거나 했을 때 J들은 엄청난 두려움을 느낀다.


혹자들은 말한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이건 파워 J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계획에서 하나라도 틀어지면 일단 머릿속이 하얗게 되기 때문에 다시 원상 복구하는데 상당시간이 걸린다.

그런 의미에서 파워 P들의 '아무 생각 없음'(절대 무시하는 말이 아님)이 너무 부럽다.

어쩌면 P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J성향을 가진 사람보다 머리가 좋은 게 아닐까?

P들은 변수가 생겨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른 선택지를 찾아내니 하는 말이다.


작년에 유튜브 '핑계고'에서 P성향을 가진 4명(황정민, 양세찬, 지석진, 유재석)이 베트남 사파를 함께 여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무런 계획 없이 출발해 식당도 그냥 느낌대로, 숙소도 느낌대로 들어갔는데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을 보면서

'저게 가능하다고? 와~ 재미는 있겠다'

나도 저렇게 발길 닿는 대로 계획 없이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다. 잠시 했다 잠시..


그러나 이번여행은 나 혼자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시즈오카행 비행기는 한 달 전에 예약을 끝냈고, 어디를 돌아다닐 것인지 여행스폿을 정해 동선에 따라 숙소 두 군데를 잡았다.

한 군데는 시즈오카역에 근처에 있는 일반 호텔, 다른 하나는 슈젠지라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료칸'이다.

혼자 료칸에 가는 것은 나에게는 큰 모험인 데다가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17년간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 가이세키 정식도 먹으며 혼자 호사를 한번 누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여행 15일 전까지, 나는 3박 4일간의 계획표를 완성했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파워 J의 계획!

과연 나의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갈까?


아니면, 또 한 번 J의 멘털을 흔드는 변수가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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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911_101225880_01.jpg 다이어리에 끄적였던 여행 계획표 초안


路線.png 경로는 야후재팬에서 이런 식으로 모두 프린트해서 갔다


*시즈오카: 일본 혼슈 중부에 위치한 시즈오카는 후지산과 녹차로 유명한 소도시. 이곳에서는 후지산의 아름다운 전경을 어디서든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음.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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