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
가이세키 정식을 맛있게 즐기고 더없이 행복해진 나는,
오늘 밤 료칸의 하이라이트인 온천을 만끽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노려 욕장에 들어가니 역시나 한적하고 고요했다.
자연과 어우러진 노천탕에 몸을 담그자 따뜻한 물결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입가에는 절로 흥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잠시 눈을 감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도를 마치고 나니 온갖 걱정과 근심이 온천물에 다 씻겨 내려간 듯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노래를 흥얼거리며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내게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韓さん..じゃないですか? 한상.. 아니세요?”
“으악!”
너무 놀라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일본 땅에서, 그것도 이런 곳에서 아는 사람이 나를 알아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리니, 거래처 여직원 코바야시상이 서 있었다.
그녀는 도쿄에 살고 있는데, 휴가를 내어 가족과 함께 후지산을 보러 왔다가 마침 이 료칸에 묵는다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생얼을 들켜버린 나는 갑자기 그냥 미안해져 “스미마셍…”이란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래도 다행히 옷을 입고 있을 때 발견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리가또~ 코바야시상.
그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속으로는
“어휴… 잘 피해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런 우연도 여행의 묘미겠지?
욕탕 밖으로 나오니 냉장고에 무료 아이스크림과 요구르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온천 후에 먹는 아이스크림은 정말 꿀맛이었다.
(아침에는 병에 담긴 신선한 우유가 무료로 제공되는데 그 고소한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
밤 10시에는 료칸에서 제공하는 '무료 야식 라멘'도 맛보았다.
배는 고프진 않았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한 그릇 부탁했다.
국물은 진하지 않고 담백했으며 한 젓가락 뜨니 몸이 따뜻해지고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일본 드라마를 보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루 종일 료칸의 모든 것을 혼자 체험한 나 자신이 문득 대견하게 느껴졌다.
혼자라고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즐기는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싶었다.
여행 이틀째 밤, 이젠 ‘혼자’라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는 나 홀로 남은 일정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후지산을 마주하는 날.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야식 라멘으로 배까지 든든해진 나는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부디 후지산이 나를 위해 그 장엄한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길 기대하면서…
- 다음 회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