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인 삶과 능동적인 삶
평소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선배 A가 있습니다. 자신은 빈둥거리면서 열심히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그거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라고 하며 의욕을 꺾습니다. 위에서조차 A선배에게 일을 맡기기를 꺼려하죠. 그렇다고 사고를 치는 것도 아니라 그만두게 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왜인지 이 선배는 더 자신감에 차있습니다. 지나가는 후배들을 붙잡고 "그렇게 열심히 해봐야 일만 더 한다니까? 나를 봐봐.", "흘러가는 대로 살 줄 알아야 편하게 사는 거야." 라며 연설을 합니다.
A선배는 왜 열심히 하려는 후배들에게 "하지 말라."라고 가르치는 걸까요?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봤을 때 지난날의 안 좋은 경험이 반복적으로 쌓였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주변에 A와 같은 선배들도 과거에 열심히 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안 되는 일들이 있었겠죠.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이유로 불공정한 평가를 받았다던가, 정말 열심히 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등의 경험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을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습니다. 보통은 이때 더 열심히 해서 제일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을 때 연봉을 계산해 봅니다. 수치만 놓고 봤을 때 결과는 노력 대비 성과가 좋지 않다고 합리화하기 좋습니다. 이렇게 '열심히'를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오히려 그동안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열심히 살아왔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나중에 어차피 이렇게 될 거 후배들은 조금 더 빨리 이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후배를 붙잡고 말합니다. "대충 해~ 흘러가는 대로 살아~"
평소 여유가 넘치는 선배 B가 있습니다.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종종 우리와 같이 놀고 술도 많이 마시는데 자꾸 어딘가에서 성과를 들고 옵니다. 후배들에게 "열심히 해라~"라고 한 마디 던지고 자기 일을 하러 갑니다. 위에서도 B선배에게 일을 맡기고 싶어 하죠. 후배들이 B선배에게 조언을 요청하면 "흘러가는 대로 살 줄 알아야 해."라고 말합니다.
B선배는 후배를 위한 마음을 가득 담아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는 A선배처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오히려 후배들이 다가와 조언을 구하는 걸까요?
인간에게는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욕구의 크기가 다를 뿐이지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배들이 잘하는 B선배에게 조언을 구한다거나,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행위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B선배도 A선배와 똑같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라는 조언을 합니다.
흐르다 1 : 시간이나 세월이 지나가다.
흐르다 2 : 걸치거나 두른 것이 미끄러지거나 처지다.
흐르다 3 : 액체 따위가 낮은 곳으로 내려가거나 넘쳐서 떨어지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접근하자면 '흘러가는 대로 살라'에서 '흐르다'의 뜻은 1번, '시간이나 세월이 지나가다.'인 것 같습니다. A선배의 조언은 '어차피 네가 아무리 노력해 봐야 안되는데 시간(세월)이 지나가면 너랑 나랑 같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B선배는 A선배가 보기에 바보 같은 선택입니다. 왜냐? 어차피 안되니까요. B선배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B 선배는 '어차피 안된다.'라는 가정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B 선배는 '어떻게 하면 될까?'에 초점을 맞춥니다.
여러분은 혹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었나요?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A선배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원하는 모든 것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루지 않았나요? 생각해 보니 A선배의 말이 맞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 당연하게도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B선배는 노력으로 시간(세월)이 지나는 동안 능력을 만들어냅니다.(흐르다 1) 그리고 그 능력을 넘쳐 떨어질 때까지 사용합니다.(흐르다 3) 예를 들어 성과를 낼 수 있는 여러 곳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물론 미끄러지거나 처질 수 있겠죠.(흐르다 2) 그래도 노력의 세월이 만들어낸 능력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넘치게 능력을 사용하다 보면 미끄러지는 횟수도 늘어나다 보니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깁니다. 이 노하우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성공 확률을 높여줍니다.
A선배는 수동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열심히 해봐야 안될걸 알고 있으니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B선배는 능동적인 삶을 추구합니다. 열심히 해도 안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A선배는 흐르다의 뜻 1번을 수동적으로 해석하고 멈췄습니다. B선배는 흐르다의 뜻 1번을 능동적으로 해석하며 2번과 3번의 의미까지 포함하여 후배들에게 조언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조언을 받아들이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