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라" vs "절대 그냥 하지 마라"

운의 영역에서 노력하고 실력의 영역에서 기도하지 말자.

by 두앤비

Q. 다음 중 가장 안타까운 사람은?

1. 초등학교 6년 성적 평균 80 이하, 졸업 후 잘할지 못할지 모르는 사람

2. 독후감 숙제할 때마다 줄거리조차 요약하지 못해 책을 복사하는 수준인 사람

3. 노래방 가면 국어책도 그것보다 신나겠다는 말 듣는 사람

4. 3년 동안 동기들 중 가장 일에 대해 모르는 상태인 사람


보통 다음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성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번.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번.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3번.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4번. 그런데 1번부터 4번까지 모두 나의 이야기다.


1. 초등학교 6년 성적 평균 80 이하, 중학교부터 잘할지 못할지 모르는 사람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 평균 성적 80점을 넘어본 기억이 없다. 이런 사람이 중학교에선 잘했을까? 예상외로 잘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우연히 친구를 따라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배정된 중학교는 모두가 같이 공부를 안 하는 분위기여서 조금만 하면 등수를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서 중학교 3년 간 초등학교 기억을 잊고 '알고 보니 내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를 들어가서 이 생각은 다시 망가졌다.)


2. 독후감 숙제할 때마다 줄거리조차 요약하지 못해 책을 복사하는 수준인 사람

유독 초·중학교 때 독후감 숙제가 많았다. 그리고 부모님이 독후감을 쓰면 게임을 더 많이 하게 해 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더 자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써본 적이 없고 누가 쓰는 법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쓰는 건지 알 수가 있나. 물론 아예 알려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줄거리를 쓰고 느낀 점을 쓰면 된다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무작정 적었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쳐서 똑같이 써 내려갔다. 마지막 페이지를 다 쓰고 나면 연필을 잡을 힘이 없었다. 그래서 독후감을 쓰기 위한 책은 항상 얇은 책이었다. 그렇게 책을 복사(?)하고 느낀 점은 한 줄로 마무리했다. 그런 내가 어느 날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16년? 2018년? 무렵이었다. 첫 코인 붐이 일었을 때 나는 돈이 복사되는 현장에 있었다. 문제는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서버가 폭발해서 돈이 반토막 나는 상황도 함께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 후 나는 내 돈을 모르는 곳에 넣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경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다수의 책을 접하면서 수많은 글을 읽어갔다. 읽기만 해서는 정리가 안되니 적어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아직 엄청난 수익률을 보고 있진 못하다. 하지만 지금은 독후감 대회를 나가서 상을 받아온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3. 노래방 가면 국어책도 그것보다 신나겠다는 말 듣는 사람

변성기 이후로 노래방을 한 번 갔었는데, 아주 크게 비웃음을 받았다. 지금도 그 말이 기억난다. "야! 국어책을 읽어도 그것보다 잘 부르겠다! ㅋㅋ" 너무 부끄러워서 다시는 노래방에 갈 수 없었다. 그 후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친구들이 하도 같이 가자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노래방을 갔다. 나는 마이크를 잡지 않고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몇 번 같이 갔더니 "왜 너는 안 부르냐?"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못 불러서 안 부른다는 대답에 친구들은 괜찮다고 그냥 부르라며 나에게 리모컨을 넘겼다. 결국 오늘은 비웃음을 들어야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불렀다. 그런데 친구들은 자기 노래 찾느라 내 노래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비웃음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중학교 3년은 노래방에 다닌 것 같다. 계속 부르다 보니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등학교 때 1달간 보컬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국어책'이라는 말은 듣지 않는다. 보통 사람의 수준까지는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가끔 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저음 부분 1 소절에 한해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4. 3년 동안 동기들 중 가장 일에 대해 모르는 상태인 사람

나는 처음 일을 배운 곳이 '한직'이었다. 이런 곳에서 배워도 처음에는 일이 어렵다.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있는 곳이 가장 어려운 곳이다. 그렇게 1년, 2년이 넘어가니 점점 동기들끼리 일 얘기를 할 때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조금씩 불안감이 쌓여갔다. 여기서 내가 가장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을 한다. 가장 힘들다고 손꼽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동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선배들이 넓은 곳에서 배워야 한다면서 나를 보내기 위해 힘써주셨고, 나는 이동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힘들다고 손꼽히는 곳으로 갈 생각을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곳의 반장님이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못해도 열심히만 하면 끝까지 알려주실 분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그곳에서 열심히 일을 배웠고, 지금은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진다고?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간절히 바라면 스스로 노력을 하고, 그 노력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운이 따라주면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간절히 바라기만 해서는 되는 일은 없다. 심지어 나는 '간절히 바라기 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간절한 사람은 뭐라도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공부 못한 사람이 여기 있다. 그런데 그가 중학교에서 상위권이었다. 고등학교 때 다시 내려오긴 했지만, 지금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며 '100점 주의자'라고 말한다. 희한하지 않은가? 나의 학창 시절 성적이 높았던 때는 중학교를 제외하곤 없다. 중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 친구를 따라 학원을 가게 된 사건, ② 조금만 노력해도 성적을 향상할 수 있었던 중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 ③ 그래도 공부하려고 노력한 것이 합쳐진 결과였다.


책을 글로 복사한 사람이 여기 있다. 그런 그가 지금 브런치를 쓰고 있다. 그 이유는 ① 코인으로 돈을 잃었고, ② 더 이상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뭐라도 했기 때문이다. 내 돈을 잃을 수 없다는 간절한 마음이 뭐라도 하게 만든 것이다. 다행인 것은 '뭐라도'가 책을 읽고 공부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을 발전시킨 것이다. 인생을 담보 잡을만한 빚을 져서 다시 한번 코인에 도전을 하지 않았던 것이 참 다행스럽다.


노래를 정말 못 부르는 사람이 여기 있다. 그런 그가 저음 한 소절이라도 '오~'라는 감탄사를 듣게 다. 그 이유는 ① 친구들이 내 노래에 관심이 없었고, ② 3년 간 노래방을 갔으며, ③ 1 달이라는 짧은 기간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기들의 대화에 끼지 못한 사람이 여기 있다. 그런 내가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수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① 선배들이 나를 챙겨주었으며, ② 마침 가장 일이 힘든 곳에 지인이 있었고, ③ 내가 가장 일이 힘든 곳으로 가길 희망했고, ④ 가서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정리해 보자. 나는 열심히 했다. 그런데 운이 따라주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으면 내가 열심히 한 부분들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반대로 운이 따라준다고 하더라도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과 열심히 해도 안 되는 부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 당신은 로또를 샀다. 그리고 열심히 달리기를 했다. 그러면 당첨 확률이 높아질까?

→ 당신은 달리기를 잘하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기도했다. 그러면 달리기를 잘할 수 있을까?



"일단 뭐라도 하라" vs "절대 그냥 하지 마라"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단 뭐라도 하라." 이 말은 가만히 있어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일단 뭐라도 시작하면 가능성이 생긴다는 말이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으면 달리기 연습을 하면 된다. 로또에 당첨되고 싶으면 로또를 사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만 한다고 될까? 이렇게 될 것 같으면 모든 사람들이 육상 선수고, 모든 사람들이 로또에 당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또 다른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절대 그냥 하지 마라." 아마추어를 넘어서 전문가의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다음을 생각해 보자. 그래야 결정할 수 있다.

① 계획만 짜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기

② 당신이 어느 정도의 성장을 얼마 큼의 시간 안에 달성하기를 원하는지 생각해 보기



①의 답이 YES라면 일단 뭐라도 시작하는 것이 맞다. 이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며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NO라면 계획을 세워보자. 그리고 자신이 그 계획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인지 체크해 보자. ②의 답이 짧은 시간에 높은 성장을 원하는 것이라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생활을 멈춰야 한다. 오직 그것에만 몰두해야 한다. 시간을 늘리거나 성장의 높이를 낮추면 조금 더 현실적인 계획을 할 수 있다. 계획할 때는 내가 노력해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자.

목적지가 문 밖이라면 당신의 노력만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목적지가 꽤 멀다면 운이 필요하다. 가끔 누군가 목적지 부근까지 차를 태워주는 것처럼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앞을 가로막고 시비를 거는 불운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노력 대비 처참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이 맞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방향이 맞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불운은 신경 쓰지 말고 지속하자. 주사위도 계속 굴리면 언젠가는 6이 나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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