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종 SNS에 자신이 잘못한 건지, 상대가 잘못한 건지 묻는 질문들이 많이 올라옵니다. 글을 쓴 의도가 기분이 나빠서 공감을 받고 싶다는 의도였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정말 내가 잘못한 건지 상대가 잘못한 건지 궁금해서 올린 것이라면, 사람들이 어떤 댓글을 달아주더라도 판단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글쓴이 입장에선 객관적으로 썼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상대방의 말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당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계기가 글쓴이의 생각과 많이 다른 경우도 있어 답을 하는 사람도 많은 주의를 해야 합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달라서 의견 차이로 인해 싸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누가 잘못했냐를 따질 수 없습니다. 둘 다 맞는 말을 하는데 싸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적절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하고 싶습니다.
"또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거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답이 없는 문제에는 각자의 기준을 설정해서 그것을 기준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저의 기준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제 기준을 '인간관계 밧줄론'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저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줄 하나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과의 만남이 괜찮다면 줄을 받아 연락을 이어갈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줄을 받지 않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줄을 받아 연락을 이어간다면 취향이 같은 부분을 찾게 될 겁니다. 이때 취향이라는 줄이 하나 더 제공됩니다. 취향을 공유하며 만남의 줄과 취향의 줄을 엮어갑니다. 그렇게 잘 지내다 보면 믿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럼 신뢰라는 줄이 하나 더 제공되고, 그 줄도 같이 엮입니다. 이런 식으로 공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여러 가지 줄이 엮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취향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서서히 취향을 공유하기 위한 만남이 줄어듭니다. 당신은 다른 취향이 없다면 취향의 밧줄을 잘라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신뢰와 만남의 줄은 남아있기에 전보다 뜸하지만 만남은 계속됩니다. 그런데 만약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신뢰'를 매우 중요시 생각한다면 신뢰와 만남의 줄을 같이 잘라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처럼 매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신뢰'의 줄만 잘라내기도 합니다.
글로 설명하니 이해가 안 갈 수 있기에 얼마 전 이야기를 공유해 보겠습니다. A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친한 후배로 만남, 일, 신뢰, 취향(술), 취향(게임) 5개의 줄로 묶여있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A가 고민이 있다고 해서 함께 술을 한잔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A가 주변 사람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생길 것을 방지하고자 주변 사람에게 죄송하다고 하면서 A를 밖으로 내보내고 계산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가게 밖에서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습니다. 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피했습니다. 다행히 시비 걸린 분들이 "취한 것 같은데 얼른 데리고 가세요."라며 이해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취향(술)의 밧줄을 끊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집에 데리고 들어가려 했더니 자기는 두고 그냥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이대로 두고 가면 A가 99% 문제를 일으킬 것 같다고 생각해서 끌고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형 놔요, 이러다 피 봐요."라고 하길래 '취해서 한 헛소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응, 그래."라고 응수하며 다시 끌고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반복되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고,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욕을 퍼부으며 "어쩌자고? 어쩔 건데?"라고 윽박질렀습니다. 그랬더니 A는 배신감이 든다는 얼굴로 말없이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다시 붙잡아 집으로 끌고 가려고 했고, A는 됐다고, 안 간다고 버텼습니다. 이렇게 서로 가자, 안 간다 하는 상황이 반복되니 A도 짜증이 났는지 폰을 들면서 "형, 지난번에 말했던 비밀 나 다 알아요. 다 퍼트릴 거예요."라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신뢰의 밧줄을 끊었습니다.
비밀이라고 해봐야 말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오픈되어도 상관없었던 저는 A의 협박에 그렇게 하라고 말하며 "다 연락해. 그리고 다하면 끊고 집에 가자."라고 했습니다. "진짜 해요? 폰 꺼냈어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거의 2시간을 땅바닥에 있었습니다. 이 정도 있었더니 A도 술이 어느 정도는 깬 것 같아서 "나 너희 집 가서 그냥 잔다."라고 말하며 집으로 유도했습니다. 다행히 먹혀들었고 집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A가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음날 저에게 와서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A의 고민은 당사자 입장에서 나름 크긴 했지만, 제가 당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면 5개의 밧줄을 다 끊으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출근은 해야 하고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3개의 줄은 남겨뒀습니다. 물론 이렇게 3개의 줄로 지내다가 2개, 1개의 줄로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줄이 늘어나 4개, 5개의 줄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가지고 있는 인간관계 밧줄론입니다. 잘 엮어가며 좋게좋게만 지내면 상관없겠지만, 만약 엮인 줄을 모두 끊어야하는데 실행하기가 어렵다면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1번 거절, 다음에는 2번 거절, 그다음에는 3번 거절 이런 식으로 만남을 미루는 것입니다. 당신은 초등학교 친구들 중에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는 얼마나 있나요? 만약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보다 혹은 그만큼 또는 그것에 조금 못 미치게 친했던 친구들도 연락하고 있나요? 서서히 멀어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는 특별한 사건으로 인해 끊어지는 관계가 아니라면 이런식으로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더 추천하긴 합니다.
인간관계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제가 잘못한 건가요?"라고 물어보기보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 그것이 지금 당신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