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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소낙비 Aug 07. 2022

여름나기(2)

도서관, 마스크와 실내

시원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마치 예전 집집마다 에어컨이 없었거나 전기요금이 아까운 사람들의 단골 피서지였던 은행처럼, 실내에서 시원하게 돈 들이지 않고 잠시 땀을 식히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시절이 기억할 수 있는 여름나기다.

물론 지금도 돈들이지 않고 실내에서 죽치고 앉아 시간을 때울 만한 곳은 의외로 많고 유효한 피서옵션이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의무조항은 꽤 불편하다. 생업을 위해서, 학업을 위해서 하루종일 마스크를 써야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미루어 짐작할 수있을 만큼 잠시의 갑갑함도 겨울의 그것과 달리 여름의 입마개는 기분상으로도 힘들다.


책을 반납하기 위해 들렀던 도서관에서 잠시 잡지를 들여다 보며 시간을 보내볼까 생각했지만 역시 무리다. 30분이상 마스크를 쓰고 책을 읽을려니 갑갑함이 밀려와 이내 몇 권의 책을 집어들고 집으로 향했다.

'역사'와 '과학'은 언제나 관심분야이자 미지의 영역이다. 과거의 회상과 미래로의 발전은 내 좁은 지식(능)과 짧은 책읽기 실력으로 소화해 내기 어려운 숙제이지만 틈만나면 책이라도 빌려놔야 뭔가 하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언제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시원한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시간가는줄 모르고 전화기도 꺼놓고 마음껏 책속으로 빠져볼 날이 올까 하는 것은 이상하게 도서관이나 영화관에 앉아 있으면 전화는 더 자주 오고,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것은 프리랜서같은 직장이지만 여전히 자율속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장의 조바심일 것이다.


코로나는 이제 풍토병이 되어가는 듯하지만 여전히 변이로 인한 증가추세와 유아사망자와 중환자비율이 올라가는 것으로 전정부에 대한 극악스럽던 언론의 자세가 바뀌었을진 몰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에서 벗어나기가 요원하고 실내에선 더욱 더 갑갑함에 금방이라도 새장밖으로 날아가고 새들의 그것처럼 도서관에 진득하니 앉아있기 어려워 읽는둥 마는둥 책을 빌려 집으로 나섰다.


역시 집에서 에어컨을 켜고 다리를 쭉 펴, 책에 눈을 내려놓아 보는 것만으로도 2022년 여름나기의 한페이지는 시원함으로 기억될 듯하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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