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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힘이 세요.

by 고진예


우리 아들~ 쫑쫑이~ 착하고 귀여운 쫑쫑이!~

우리 아들~ 쫑쫑이~ 예쁘고 똑똑한 쫑쫑이!~


종민이는 내가 자신을 안고 노래 부르는 걸 무척 좋아한다. 작년에 종민이가 집에 와서 가정에 적응할 때 한참을 안고 노래를 불러줬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종민이가 부쩍 커져서 잘 불러주지 않지만, 오랜만에 노래를 불러주니 재밌어한다.


종민이가 등교하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종민이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어?”

“나는 힘이 세요.”

“종민이는 힘이 세구나.”

“나는 반에서 힘이 가장 세요. 친구들이랑 팔씨름 하면 내가 제일 세요. 친구들이 내가 제일 힘이 세다고 해요.”

“아하, 그렇구나.”

“내가 팀에서 두목이에요.”

“팀이 있어?”

“우리 반에 나랑 같이 노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나보고, 대장이래요. 팀원이 열 명 정도 돼요. 하준이, 준우, 세연이, 은서, cctv는 세준이고.”

“cctv?”

“선생님 오나 보는 cctv예요.”

“아, 그렇구나.”


종민이는 무척 신이 난듯 이야기한다.


“종민아, 그럼, 언제 한번 친구들을 초대해서 맛있는 간식 먹자. 아니면 근처 학교 분식점에서 엄마가 사줄게.”

“아냐, 내 돈으로 팀원들을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밥 사줄 거예요.”

“엄마가 사줘도 돼. 네가 돈이 어딨어.”

“내가 쏘는 거 좋아하잖아. 내가 팀원들한테 한 턱 쏠 거예요.”

“종민이 돈 많이 벌어야겠네.”

“팀은 누구를 중심으로 움직여?”

“나를 중심으로 해요. 내가 힘이 제일 세다고 내가 두목이래요.”

“아, 그렇구나.”

“오늘도 아침에 하준이랑 준우랑 만나서 같이 학교 가요. 아침마다 매일 같이 가요.”


종민이는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서며 씩씩하게 인사한다.


오후에는 종민이와 이지선 의원에 진료상담이 있다. 이지선 원장은 종민이를 보면서 키가 많이 컸다고 칭찬한다.


“종민아, 많이 컸다는 건, 엄마·아빠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제 일을 잘 알아서 할 수 있다는 거야. 종민이 잘하고 있니? 엄마 말씀 잘 듣고 있니?”


종민이가 쭈뼛거리며 나를 보다가 원장을 보며 어색한 듯 우물거린다.


“그럼, 선생님 말씀은 잘 듣니?”

“예에, 잘 들을 때도 있고 못 들을 때도 있어요.”

“스스로 자기 일을 잘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알았지?”

“예”


종민이가 먼저 진료실을 나가고 이지선 원장에게 오늘 오전에 종민이와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가 보기엔 인정욕구 같아요. 종민처럼 리더가 되고 싶은 아이는 공부를 좀 시키셔야 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초등학교 때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서 인정을 받다가, 커가면서 공부가 잘 안되면 다른 방향으로 인정욕구를 채우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은 커가면서 친구들이 중요하잖아요. 공부 성적이 잘 안 나오면 다른 방향으로 인정받으려고 하거든요. 어른처럼 보인다든지 멋있게 보인다든지 다른 아이들보다 센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할 수 있어요. 종민이는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할 거예요. 부모님이 인정욕구를 좋은 방향으로 채울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공부를 좀 시키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나는 원장의 말에 십분 공감하였다. 오늘도 종민이는 받아쓰기를 백 점 받았다며 시험지를 건넨다. 미리 예습을 안 하면 50점을 받거나, 30점을 받기도 한다.


나는 문득, 종민이와 희재의 너무 다른 성향을 느끼며 놀라기도 한다. 같은 가정환경에서 서로 너무 다른 성향을 보인 아이 둘이 함께 살고 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아이가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며 어쩌면 가정의 영향보다는 인간은 모두 타고난 성향대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보게 된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스스로 노력해서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세운 사람도 드물지 않게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환경에 따라 아이가 극심한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며 자칫 자기 정체성이 완성되어 가는 사춘기 때에 많은 상처를 받고 오랜 기간 회복되지 못해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펼치지 못하고 사는 청년들도 있을 것이다. 남의 아이를 탓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자기 자녀가 어떻게 성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종민이의 인정욕구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지만, 좋은 방향으로 발현되도록 아이를 따스하게 안아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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